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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진주

허정윤 글 ; 보람 그림비룡소 ( 출판일 : 2026-04-27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6-24
페이지수 : 41 상태 : 승인
표지 제목이 블링블링 반짝거린다. 은은한 진주처럼 홀로그램 느낌으로 제목에 옷을 입혔다. 하양, 노랑, 분홍에 약간의 보랏빛이 감도는 것이 참 예쁜 빛깔이다. 그 아래 진주들이 시위를 하듯 잔뜩 위협적인 표정으로 모여있다. 뭔가 곧 사달이 날 것만 같은 분위기다.
표지를 열자마자 면지에서 내용이 시작된다. 면지를 꽉꽉 채운 조개 속 진주들이 자신들이 '불량 진주'라는 것을 알게 된다. 쓸모를 찾지 못한 이들은 곧 무시무시하게 불량해진다. 불량해지는 진주들 표정이 하나하나 살아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깨물고 싶다. 곧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 깨끗하게 단장을 하고 목걸이가 된 이들은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진주 목걸이'라는 사실에 행복해한다.
누군가를 어떤 눈길로 바라봐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이 예쁜 아이들을 '불량'이라고 부르는 건 아무래도 용납할 수가 없다. 제 호명이 긍정적으로 바꾸자 변하는 이들의 표정이 정체성을 꼭 스스로의 힘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일깨운다. 아이들의 경우엔 더욱 그럴 것이다.
좋게만 바라보는 것이 참 쉽지 않다. 불량까지 부르지는 않더라도, 문제를 짚어내고 그 문제를 고쳐나가는 것이 더 좋은 일인 것만 같다. 그러나 누군가의 평가와 지적이 도움이 되더라도 유쾌할 리는 없다. 칭찬이나 기분 좋은 말만 할 수는 없겠지만 낙인 찍는 일은 없어야겠다.
만화처럼 재미있는 그림이다. 중간중간 컷으로 나뉜 쪽이 만화스런 느낌을 더욱 살린다. 이 만화적 차용이 내용과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 삼십 여개 진주알의 표정을 다 다르게 표현한 것이 재미있다. 불량해지는 표정도 행복해하는 표정도 어찌나 맛깔난지. 이 귀여운 진주들을 불량 진주가 아닌 '블링 진주'라고 불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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