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기: 황정은 에세이
황정은 지음창비
( 출판일 : 2025-07-1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6-23
페이지수 : 191
상태 : 승인
황정은의 두 번째 일기 에세이. 지난 12월의 계엄 사태를 담고 있다. 저자는 계엄이 선포되자마자 동거인 김보리(전권에서는 밝히지 않았던 이름을 밝힌다)와 함께 국회의사당 앞으로 달려간다. 일기 속 저자는 계엄도 믿기 힘들 만큼 놀라웠지만 그 뒤에 진행된 일들에 더 경악한다. 마감이 닥친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호흡 곤란을 수시로 느끼며 몸까지 아파질 정도로 그녀는 시대의 아픔을 온 몸으로 앓는다.
"오늘 일어난 일이 늘 어제 일어난 일을 초과해 일기 쓰기가 어려워."(p.106)
이 문장이 12월 계엄 사태에 대한 그녀의 마음을 단번에 대변한다. 현직 대통령의 계엄 선언 후 체포며 탄핵되기까지의 시간을 그녀는 "어제의 경악이 오늘의 경악으로 무던"해지는 '오염의 시간'이라고 정리한다. 저자의 참담한 문장에서 부정할 수도 위로할 수도 없는 깊은 슬픔을 같이 느낀다. 분노할 의지조차 앗아가는 기가 막힘이 그녀의 글 곳곳에서 슬픔으로 전해진다. 그렇다. 이 예민한 작가는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슬픔을 느끼고 있다. 이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슬퍼한다.
다소 산만한 느낌이었던 전권에 비해 이번 일기는 주제가 하나로 모아지기에 훨씬 안정적인 문체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의 삶도 몇 년 전보다 안정된 느낌이다. 하지만 수상하고 심란한 세상은 작가가 평안을 도모하게 못하게 만든다. 그녀는 세상의 부조리를 외면하기가 힘든 사람이다. 당시의 일을 누군가는 덤덤히 전하고 누군가는 이렇게 감정을 가득 담아 전할 것이다. 어떤 것이 더 나은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러한 글도 세상에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저자가 이러한 필요를 생각하며 글을 쓰지는 않았겠지만 시대의 아픔을 전하는 진한 목소리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미약한 한 사람이지만 슬픔이 담긴 글은 미약하지 않다. 이러한 글은 보이지 못한 힘을 깨우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본다. 저자가 '작은'이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가져온 것 역시 제 힘이 작지만 큰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처럼 나 역시 세상을 사랑하는 작고 미약한 한 사람이다. 이 힘을 세상의 힘으로 키울 방법을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