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지음 ; 이재룡 옮김민음사
( 출판일 : 2014-01-01 )
작성자 :
심○희
작성일 : 2026-06-23
페이지수 : 484
상태 : 승인
20대때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유명해서 읽었는데 왜 좋은지 모르겠네' 로 끝났다. 남자주인공 토마시가 지독한 바람둥이였던 사실만 기억에 남아 있을 뿐이다.
이 책을 다시 읽게 된건 한달전쯤 읽은 '책은 도끼다'에 이책이 소개된 글을 읽게 되어서다.
'키치?' 같은 책을 읽었던 게 맞나 싶게 전혀 다른 책이었다.
'다시 읽어야겠군'
그렇게 20년이 넘어서 다시 읽게 된 이 책은 첫문장 니체의 영원회귀부터 너무 좋았다.
나름 파란만장한 20여년의 세월을 더 살아온 연륜 때문일까?
작가가 영원회귀에 대해 이야기한 첫 몇페이지가 이 책의 전체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 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하다는 것이다. p9>
<영원한 회귀가 가장 무거운 짐이라면, 이를 배경으로 하는 우리 삶은 찬란한 가벼움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낸다. 그러나 묵직함은 진정 끔찍하고, 가벼움은 아름다울까?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 삶이 지상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우리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진다. 반면에 짐이 완전히 없다면 인간 존재는 공기보다 가벼워지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려, 지상의 존재로부터 멀어진 인간은 겨우 반쯤만 현실적이고 그 움직임은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지고 만다. p12>
소설 속에서 가벼움을 대표하는 인물은 토마시와 사비나인데, 그들은 결국 다른 선택을 한다.
가벼운 사랑만을 추구하던 토마시는 망명한 스위스에서 그를 떠나 다시 프라하로 돌아간 테레자를 찾아, 사랑의 무거움을 대표하는 그녀 곁으로, 빼앗긴 조국이라는 무거운 역사의 무게 속으로 다시 돌아간다.
반면 '조국을 빼앗긴 여자'라는 무게를 늘 버거워하고 토마시처럼 가벼운 사랑을 추구하던 사비나는 프란츠를 떠나, 체코로부터 최대한 멀리 벗어난 미국까지 떠나 버린다.
인생, 사랑의 가벼움과 무거움,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기원전 6세기 사람이었던 파르메니데스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가벼운 것이 긍정적이고, 무거운 것이 부정적이라고>
그의 말이 옳을까?
작가는 가벼움과 무거움의 옳고 그름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말한다.
<오직 한가지만은 분명하다. 모든 모순 중에서 무거운 것 - 가벼운 것의 모순이 가장 신비롭고 미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