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日記: 황정은 에세이
황정은 지음창비
( 출판일 : 2021-10-18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6-22
페이지수 : 204
상태 : 승인
제목처럼 소설가 황정은의 '일기'이다. 확실하게 주어지지 않은 정보이지만 본문과 후기에 있는 내용을 미루어 짐작할 때 어딘가에 연재되었던 글인 듯하다. 코로나 시절의 일상을 세심하게 그리고 예민하게 적어내려 갔다. 날짜가 쓰여 있는 것도 있고 쓰여 있지 않은 것도 있어 시간 순으로 짜여진 차례인가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작가의 성정이며 세상에 대한 관점을 어림 짐작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혐오에 대한 생각, 좋아하는 버섯에 대한 이야기, 소중한 책갈피, 동거인에 대한 걱정, 조카가 남긴 낙서, 그리고 책 <헝거>를 읽고 난 후의 독후 등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작가는 편하고 무심하게 읽히는 글을 쓰기를 원했지만 글이 다소 무겁다.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참여가 돋보이는 글이 더러 보이기 때문이 아니다. 단어 하나하나 편하게 쓴 글이 아니다. 모든 단어에 작가의 감정이 묻어 있는 것만 같다. 제 마음을 담지 않은 단어는 아예 문장에 담지도 않은 그런 느낌이다. 그만큼 예민한 사람으로 느껴진다. 그 예민은 누군가를 제 뜻에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다. 보고 느끼는 것을 오롯이 자신의 언어로 전하려 노력하는 그런 느낌이다. 이 사람 앞에서 거짓말을 한다면 절교를 당할 것 같다. 올곧아서가 아니라 진실하지 않음에 상처 받아 그럴 것 같다. 좋아하는 책갈피에 대한 적어내려간 글을 보노라면 자신의 이런 성향을 스스로도 잘 아는 듯하다.
그래서 그의 예민함은 까다로음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좀더 많이 보고 좀더 많이 느끼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걸 말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말이 행동과 다름을 스스로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저자의 예민함은 부끄러움을 부른다. 나의 무름을, 사회를 위해, 시대를 견디는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는 것을 되돌아 보게 한다.
작가는 세상이 편하지가 않다. 세상 일에 목소리를 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세월호 사태에 대해 '정치적'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내성적인 사람일 텐데 어떤 일에 투사가 되는 그런 사람이다. 바늘처럼 콕콕 찌르는 글이다.
특히 록산 게이의 <헝거>에 대한 저자의 독후는 더욱 그렇다. 어떤 내용인지 잘 아는 읽은 책이기에 저자의 글이 아주 가깝게 와닿는다. 아프다고 말하면서도 힘들었다고 말하면서도 짐짓 괜찮은 모양새를 놓지 않으려고 한다. 그 차분함이 가슴이 아프다. 옆에 있다면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다. 작가는 사랑한다는 그 마음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나는 그녀에게 아파하는 그 마음을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 이 예민한 사람의 다른 작품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