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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 셸리 리드 장편소설

셸리 리드 지음 ; 김보람 옮김다산책방 : ( 출판일 : 2024-01-08 )
작성자 : 장○나 작성일 : 2024-05-31
페이지수 : 448 상태 : 승인
단연코 올 상반기에 읽은 소설책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분량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3일 만에 짬짬이 시간을 내어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몰아치는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었다.

독실한 신앙을 가졌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를 도와 집안일을 떠맡다시피 한 열일곱의 빅토리아가 그 시절 인종차별을 당하던 인디언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져 아이를 가지게 되었는데, 제 동생이 아이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에 산으로 도망쳐 살아남아 아이를 낳게 되었지만 결코 자신은 아이를 잘 키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어느 부부의 곁에 아이를 두고 온다. 빅토리아는 집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아버지는 병에 걸려 죽게 되고 넓은 복숭아밭을 홀로 일궈야 했다. 그 와중에 마을이 댐 건설로 인해 수몰위기에 처하게 되자 땅을 헐값에 팔아 주민들에게 비난을 받게 되고, 유일하게 인디언과 저를 돌봐주었던 노파와 함께 살다 그녀가 숨이 꼴딱 넘어가기 직전 도시의 병원으로 나와 병수발을 들다, 어느 대학의 교수와 함께 제가 키우던 복숭아 나무들을 모두 옮겨 몇 년의 노력 끝에 그것을 살려내고 넓은 밭을 가꾸며 살아간다. 그런 삶 속에서도 본인이 버리고 온 아들을 잊지 못해 아들과 이별하였던 곳에 몇 년이고 찾아가 그 때를 기억하며 오열하기를 몇 번, 아이를 데려가 키우던 양어머니와 연락이 닿게 되고, 피부색과 가정 불화로 인해 결국 자신이 친아들이 아님을 알았던 아이, 루카스가 장성해 베트남 전쟁에 파병을 가 돌아오던 날, 빅토리아는 수 십 년을 그리워하던, 제가 사랑하는 남자의 얼굴이 남아있지만, 온전한 인격체로 성장한 아들과 조우하며 이 이야기는 마무리가 된다.

짧은 줄거리로 빅토리아의 긴 시간을 요약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그녀는 실로 어마어마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그녀는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이고 생각해나가면서 본인의 삶을 개척해나간다. 도시에 나갔을 때, 그 시절의 여성이 대학을 다닌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그녀가, 당당하게 대학에 들어가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시도도 우연이 아닌 삶의 방향을 본인이 정하고자 하는 의지가 아니었으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이 책의 몇 구절은 꼭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일지에 남긴다.

P. 102 어머니가 비브 이모에게 그만 울고 주님의 뜻을 받아들이라고 아무리 달래도 이모는 불구가 된 자신의 전사를 향한 불평불만을 늘어놓기 바빴다. 이모가 그토록 갑작스럽게 죽었을 때 이모부는 의외로 슬퍼하지 않았고, 나는 그런 이모부가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모가 세상에서 사라짐으로써 이모부는 돌아갈 수 없는 이전 삶의 잔존물 하나를 지울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나는 목발 생활을 채 이틀도 견디지 못했는데, 한때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모험가였던 이모부가 전쟁 때문에 불구가 되어버린 자신의 현실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P.143 윌이 이곳을 떠나 어디로 간다 한들 세스 같은 사람이 없겠는가? 어디로 간들 세스처럼 분노로 가득한 사람, 피부색이 어둡다는 이유만으로 괴롭히려는 사람이 없겠는가? 윌은 도망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늘 그러셨거든. 방법은 그뿐이라고."

P.281 새로운 삶이 내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지난날의 선택을 끊임없이 돌아보며 의심했다. 그러나 우리 삶은 지금을 지나야만 그다음이 펼쳐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도가 없고 초대장이 없더라도 눈앞에 펼쳐진 공간으로 걸어 나가야만 한다. 그건 윌이 가르쳐주고, 거니슨강이 가르쳐주고, 내가 생사의 갈림길을 수없이 마주했던 곳인 빅 블루가 끊임없이 가르쳐준 진리였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내가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가 내 앞에 펼쳐져 있었고, 나는 그걸 믿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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