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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의 조개껍데기: 김초엽 소설집

김초엽 지음래빗홀 ( 출판일 : 2025-08-27 )
작성자 : 김○진 작성일 : 2026-06-18
페이지수 : 383 상태 : 승인
한국 SF소설 작가의 떠오르는 신성, 이라고 말하기에 그녀는 너무 떴다.

그녀가 쓴 작품들은 늘 문체가 참 건조하다. 잘 건조된 파스타면같은 느낌. 그래서 주인공의 시점일 때면 감정의 폭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때가 많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신경질적인 면모와 까탈스러움까지. 그래서 나는 사실 김초엽 작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아 졌습니다 졌어요. 저는 김초엽 작가님을 좋아합니다.
이렇게 고백하고야 만 것은 결국 그런 것이다. '굴복'하고 '고백'하는 것은 단 하나 뿐이지 않은가. 사랑입니다 사랑.
김초엽 작가님이 써 내리는 사랑의 크기에 결국 털썩, 무릎 꿇고 말았습니다.


'지구 끝의 온실'이라든지, 이번 책인 '양면의 조개껍데기'에서 가장 마지막을 장식한 단편 '비구름을 따라서'는 어쩐지 읽다보면 비슷한 느낌이 든다. 어째서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앞에 서술한 것처럼 건조한 문체가 아닌 감정이 잘 느껴지는 화자여서 그런게 아닐까. 그리고 그 감정에서 사랑을 읽을 수 있어서.

여러편의 단편을 묶어둔 이 소설집은 읽는데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모든 에피소드가 하나하나 잘 기억에 남는다. 맨 처음 에피소드가 강렬했던 것도 있고, 책의 제목을 담당한 '양면의 조개껍데기'도 재밌었고, 마지막 '비구름을 따라서'는 어쩐지 사랑을 주제로 4악장 협주곡의 가장 화려한 피날레처럼 느껴진다.

글은 작가를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래나저래나 작가의 정체성의 일부를 닮게 되고, 작가가 좋아하는 것들이 빠지지않는 양념처럼 함께하게 되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과학자였던 특성, SF라는 장르적 특성 덕분에 과학적 상상력이 한껏 더해진 내용들은 사실 이해가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는데, 수능 비문학 지문을 읽는다는 느낌으로 '오케이, 그런 설정인거지.'라며 이해하고 넘어갔다. 특히 '달고 미지근한 슬픔'을 읽을때 그러했다. '수브다니의 여름휴가'는 소설집을 시작하는데 아주 적절한 스타트였다고 생각한다. 피와 널브러진 살점으로 시작되는, 어쩐지 서스펜스가 느껴지는 것 같은 긴장감 가득한 도입부지만 편지라는 서술적 특성을 잘 활용하였고 '아, 맞아 이 작가님 약간 유혈낭자 좋아하시지. 그런데 그러면서도 유쾌한거 좋아하셔서 짜잔, 사실은 케찹이었답니다 하는 식의 농담같은 반전도 좋아하시고.'라는 생각을 했는데 딱 들어맞는 단편이다. 긴장도가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도 절묘하게 유지되고, 거기서 주제의식도 드러나고.

7개의 단편을 모두 읽으며 공통적으로 했던 생각은 '김초엽 작가님은 이 글을 어떻게 쓰기 시작하셨을까?' 였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사소한 생각, 실마리, 주변의 사물, 작은 에피소드에서 상상력과 논리를 더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김초엽 작가님은 특히 그 꼭지가 보이는 작가님 같다. 그래서 7개의 다양한 작품을 읽으며 작가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이 작은 부분에 관심을 쏟고, 재밌는 상상을 하고. '비구름을 따라서'처럼 사소한 것들이 의미있는 것이 되는 것은 내 눈길 한번이라고 깨닫는다. 짜증내고 분노할 지언정 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은은히 깔려있는 희망과 사랑, 애정의 눈빛을 경험하면서 다시 한 번 이 세상, 사람을 사랑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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