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의 노래: 폴 린치 장편소설
폴 린치 지음 ; 허진 옮김은행나무
( 출판일 : 2024-11-20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6-14
페이지수 : 364
상태 : 승인
무겁다. 문장도 무겁고 내용도 무겁고 주제도 무겁다. 노조 시위에 나간 교사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경찰의 감시가 엄중해지는 것을 느끼는 며칠 사이 국가는 국민과 사회를 폭력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한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네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아일린은 혼란과 두려움 속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엄마라면(아마 아빠라도) 누구든 자신을 대입해 볼 것이다. 아일린은 아이들을 통제하며 평소와 같이 일상을 영위하려 노력한다. 누구도 전쟁과도 같은, 곧 내전이 일어난 이러한 상황에서 그녀보다 잘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녀의 모습은 의아하다. 그녀는 상황이 살펴 능동적으로 대처하려 하기 보다는 제 집에 못박혀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탈출과 도피를 감행하는 순간임에도 남편을 기다리고 아들을 기다린다. 표면을 보면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내면으로 들어가면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아일린은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의 마음을 안아주지 못한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녀는 제 두려움조차도 외면한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감정을 외부로 투사하며 외면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마음도 외면한다. 세상도 두려운데 그 두려움을 인정하면 무너질까 더 두려운 것이다. 그리고 변화하기 두려운 것이다. 그녀는 국가가 국민을 통제하듯 아이들을 통제한다. 이 통제가 그녀와 가족이 도망칠 용기를 앗아간다.
아들을 잃고 나서야 아일린은 깨닫는다. 자신이 '예언자의 노래'에 갇혀 있음을 말이다. 종말을 노래하는 예언자의 노래는 자신의 지금 그러한 상황에 처했음을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자신이 따랐던 질서와 규칙은 생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고통 속에서 각성한다. 그녀에게는 아직 지켜야 할 아이들이 있다. 그녀는 두려움과 고통을 처절히 인식하고 나서야 변화하며 자유를 찾아 나아간다.
역자 후기는 소설의 주제를 '전체주의'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본다.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관점이다. 하지만 일상의 우리가 이 소설에서 읽어야 할 것은 우리가 듣는 '예언자의 노래'가 두려움을 야기하며 지금의 자유와 의지를 무력하게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예언자의 노래는 규칙이자 질서이며 때로는 나를 얽어매는 관념일 수 있다.
무조건적으로 제 마음대로 살라는 것이 아니다. 지켜야 할 질서와 내가 선택했다고 믿는 가치관이 때로 나의 자유와 변화를 외면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통제는 권력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이 나를 통제하기도 한다. 그 통제가 필요한 부분에 행해지는 것은 아니라 자유롭게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도록 옭아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