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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물리학: 고대 그리스의 4원소설에서 양자과학 시대 위상물질까지

한정훈 지음김영사 ( 출판일 : 2020-09-25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6-12
페이지수 : 300 상태 : 승인
양자 과학자인 저자가 물질의 가장 최소 단위인 '원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원자 자체에 집중하여 그리스 자연철학자에서부터 세심하게 원자의 역사를 짚어나간다. 양자역학에 관하여 여러 책을 읽었지만 이처럼 원자 자체에 집중한 책은 없었다. 원자를 이야기하고 원자가 발견되고 원자를 양자적 관점에서 탐구하게 되는 과정이 '생' 과학으로 펼쳐진다. 의문을 가지고 가설을 만들고 밝히고 증명하고 또 가설을 세우고 증명하고... 소개되는 과학자들의 집념이 무수히 소개되는 이론보다 더 무서웠다.
저자는 조금 친근하게 쓰겠다고 서두에서 밝히고 글에서도 그러한 노력이 충분히 보여 그리 어렵지 않게 읽힌다. 헬름홀츠, 로런츠, 파울리, 아인슈타인, 맥스웰 등 친하지만 않지만 친숙한 과학자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 좀 힘에 부치기 시작한다. 최근 이론이 나오기 시작하니 이해에 시간이 좀 걸린다. 특히 마지막 9장 '위상 물질 시대'는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가 없다. 저자가 공을 들인 전공 분야이기에 조금 미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앞으로 같은 분야의 다른 책을 읽으면서 이해의 부족한 면이 채워지리라 생각한다.
'위상'이란 개념은 김상욱의 <떨림과 울림>에서 처음 접하고는 이해하기 위해 이리저리 찾아보았던 개념이다. 당시 김상욱이 위상 수학을 설명하기 위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의 몸이 줄었다 늘었다 한 것을 빌려온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때 겨우 이해했던 위상의 개념을 물리학에 접목시키려니 몇 번을 읽어도 위상 물질이나 위상 절연체에 대한 것을 나만의 개념으로 정리해내지 못하겠다. 보통 이런 경우 이전의 지식이 방해가 되기 마련이다. 다 잊어버릴 때즘 다시 읽어봐야겠다.
저자는 중간중간 가까운 과학자들과의 일화나 소개를 짧게 집어넣는다. 과학자들의 생활을 몇 가지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학 윤리를 정립할 것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연구에만 너무 매몰되지 않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새로운 것, 새로운 발견에 대한 욕망이 크니 가정이며 일상을 도외시하고 괴짜처럼 지낸다. 그러니 이전 이론을 반박하거나 보충하는 새로운 이론이 계속해서 끊임없이 나온다. 저자는 아이의 유년을 함께하기 위해 연구를 조금 소홀히 하면서도 매진하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런 저자의 모습을 보니 '가정'이 과학 발전의 속도를 줄이는 기능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괴짜같은 생각이 들었다. 가정이 안정되면 덜 연구하고 덜 공부할 테니까. 아니 그 반대려나.
업적 위에 업적을 쌓는 촘촘한 원자사가 속도뿐만 아니라 그것을 발견하기 위한 인간의 집념까지 원자처럼 가깝게 보여준다. 양자역학을 개괄하는 다른 책들을 통해 멀리서 봤을 때는 감동이었는데 이렇게 가까이 보니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어디까지 파고들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천천히 가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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