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헤아리며
로이스 로리 지음 ; 서남희 옮김 ; 조혜원 그림양철북
( 출판일 : 2008-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6-11
페이지수 : 176
상태 : 승인
<기억 전달자>의 로이스 로이 작품이다. 그녀는 미국도서관협회가 수상하는 뉴베리상을 이 작품과 <기억 전달자>로 두 번 받았다. 수상 작품이 다 좋은 건 아니지만, 두 작품 모두 수작이란 생각이 든다. <기억 전달자>도 너무 좋았는데, 이 작품 역시 참 좋다. 죽은 언니에 대한 기억을 담은 작품이라 알았는데, 다 읽고는 굳이 연결하는 것은 조금 '오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독후를 적기 전에 다시 생각해보니,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아픔이고 그 아픔이 용기로 환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결이 된다. 표지에 그려진 아이가 달리는 이유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니까.
이 작품은 나치 치하의 덴마크 사람들이 유태인을 살리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그리고 있다. 유태인 이웃을 살리기 위해 협력하는 안네마리의 가족은 나치 치하의 유럽 국가들 중 거의 유일하게 유태인의 도피를 도왔던 덴마크 사람들을 대변한다. 소설은 덴마크가 비록 싸우지 않고 독일에게 항복하는 방식을 선택했지만, 굴복하지 않고 계속해서 저항한 용기를 그리고 있다. 그 용기는 그저 무모한 것이 아니라 바보 행세를 하며 위기를 빠져나간 안네마리의 모습에서 그려지듯 현실과 줄타기를 하는 방식으로 현명하고 지혜롭게 펼쳐진다. 유태인을 살린 결정적인 도구였던 '손수건' 역시 위기를 돌파할 방법을 찾은 것이었다.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받아들이지만 최대한 자신을 지키면서 다른 이를 구하는 방식이었다.
용기에 지혜가 더해질 수 있었던 것은 신념 때문이 아니었다. 안네마리의 가족들이 왕을 지키고 조국을 지키려는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과 다른 이들을 움직인, 무엇보다 큰 동력은 이웃이자 친구였던 사람의 위기를 모른 척할 수 없었던 '사랑'이다.
인간은 존엄하다고 한다. 나는 왜 인간은 존엄한 것인지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몇몇 철학자와 사회학자들의 정리는 와닿지 않았다. 대부분 인간이 존엄하기 위해서 따라야 할 조건들에 집중했다. 왜 존엄한 것인지 알 수 없어지자 제 특별함을 획득하기 위한 인간의 오만한 정의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작고 얇은 책이 인간이 왜 존엄한 것인지 그 이유를 알려준다. 친구를 살리기 위해 달리는 안네마리가 나의 존엄함을 확인시킨다.
인간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달릴 수 있기 때문에 존엄하다. 인간은 사랑할 수 있기 때문에 존엄하다. 그러나 인간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달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순간 존엄해진 인간이 죽이는 순간 존엄하지 않게 된다. 누군가는 존엄하고 누군가는 존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난 어떤 것을 위해 달리게 될까. 나는 존엄한 존재인가. 자답할 수 없는 질문이 또 주어진다.
안네마리의 엄마는 진실을 모를 때 용감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독일군의 심문 속에서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은 티가 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을 속인다. 안네마리는 진실을 알고 난 후 두려움을 가지지만 용기를 잃지 않는다. 몰랐을 때 역시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두려움의 질이 조금 달라진 것이다. 나의 질문이 달라지는 것도 이와 같다고 느껴진다. 나는 대답을 찾기 위해 글줄 속을 달린다. 부디 그것이 나에 대한, 그리고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