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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빌런 고태경: 정대건 장편소설

정대건 지음은행나무 ( 출판일 : 2020-04-20 )
작성자 : 이○현 작성일 : 2026-06-09
페이지수 : 264 상태 : 승인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영화관에서 분위기를 망치는 민폐 관객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였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이 소설은 빌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임을 깨달았다.

주인공 조혜나는 첫 장편영화 흥행에 실패한 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영화감독이다.
그리고 고태경은 오십 대가 되도록 영화감독의 꿈을 놓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이다.

세상은 두 사람을 쉽게 실패자라고 부른다. 정말 이 사람들이 실패한 사람들일까?

가장 먼저 마음을 사로잡은 문장은 단연 이것이었다.
"나 아직 영화인이오." 짧은 문장인데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고태경은 영화감독도 아니고 유명인도 아니고, 대표작도 없다. 성공했다고도 말하기 어려운 삶이다.
누군가는 그가 스스로를 영화인이라고 부르는 것을 비웃을 수도 있지만, 난 이 문장을 읽으며 오히려 부러움을 느꼈다.
세상이 뭐라고 평가하든, 결과가 어떻든,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향해 이렇게 단단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고태경에게 GV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아닌 영화학교 자체였다. 영화를 만들 기회가 없었기에 다른 감독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름 계쏙 공부를 하고 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지금도 무언가를 그렇게까지 사랑하고 있을까? 계속 배우고 갈망하는 무언가가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현실적이 되는 것 같다. 안 되는 이유를 먼저 찾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기대를 줄인다.
또 실패하지 않기 위해 도전도 줄인다. 그 과정에서 어느 순간 가슴 뛰는 일도 함께 잃어버리는 것 같다.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끝까지 좋아할 수 있는 무언가를 품고 사는 일이라는 것.
누군가 나에게 아직도 좋아하는 일이 있나요? 하면 고태경처럼 웃으면서 단단하게 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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