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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식물

마이클 폴란 지음 ; 이경식 옮김황소자리 ( 출판일 : 2011-01-01 )
작성자 : 심○희 작성일 : 2026-06-05
페이지수 : 395 상태 : 승인
지금 나의 정원 한켠에는 '자스미나' 라는 이름마저 향기로운 넝쿨장미가 한창 절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사진을 올리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의 모습이다. 근처만 가도 상큼한 사과향이 난다. 그 옆으로는 어느 백작 부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핑크빛 겹장미를 비롯한 여러 독일장미들이 피어 있다. 정원 다른 쪽으로는 화려함으로는 장미에 뒤지지 않는 작약이 피고 진 자리를 백합들이 대신하고 있다. 아마 그들의 뒤는 화려한 목수국과 쨍한 색감의 에키네시아,끝없이 피고 지는 플록스 등이 차지할 것이다.

어디선가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비꼬며 '식물의 생식기관에 코를 박고 좋아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
<정신과 의사들은 꽃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우울증 환자로 분류한다 p127>
라는 구절을 읽었다. 꽃을 찬양할지어다!!

하지만 모든 꽃이 나에게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 건 아니다. 며칠 전 아침 나는 '러시안세이지'를 다 뽑아내 내 화단에서 퇴출시켜 버렸다. 흐릿한 보라색꽃이 자잘하게 몇 개 달려 있는데 내 눈엔 잡초와 다를 바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가을에 샤스타데이지 포기나누기와 튤립구근을 더 심을 땅이 필요하다는 이유도 있었다.
이렇게 내 마음에 따라 어떤 꽃은 더 늘어나고 어떤 꽃은 가차없이 버려진다.
말하자면 나는 내 정원의 창조주이자 내 화단을 조화롭게 이끄는 마에스트로이다. 그런데 이 책은 나의 이 오만한 착각을 처음부터 무참히 깨뜨려 버렸다.

< '나는 작물을 심고, 잡초를 뽑고, 곡물을 수확한다' 이런 표현에서 우리는 세상을 주체와 객체로 나누는데, 자연이라는 공간에서 대부분 그렇듯이 정원에서 주체는 인간이다.....어쩌면 꽃의 꿀을 빨아 먹는 꿀벌 역시 정원에서는 자기가 주체이고 꽃은 객체라고 생각할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건 꿀벌의 착각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꽃이 꿀벌을 조종하여 자기 꽃가루를 옮기도록 한다는 게 객관적인 사실이지 않은가..... 식물은 온갖 시행착오 끝에 자기 종을 퍼뜨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동물을 유혹해서 이용하는 것임을 터득했다. 이 동물이 꿀벌이든 인간이든 식물에게는 별 차이가 없다. 단지 그 방법은 동물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어야 한다....동물의 욕망을 가장 잘 자극하는 꽃과 감자가 열매나 식용 줄기를 많이 내고 또 유전자 확산이라는 근본적인 활동도 효과적으로 수행한다는 사실이다 p 18~19>

그렇다, 사실은 내가 인간 꿀벌이었던 것이다! 꽃들은 나를 화려한 색으로, 달콤한 향기로, 오래가는 꽃들로 유혹해 자기 자손을 퍼뜨리는데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이런 발상의 전환을 통해 오랜 시간동안 식물과 인간이 어떻게 공진화 (여러 개의 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하는 일)을
이루어냈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나는 미국개척시대 초기에 사과가 지금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고, 지금은 온갖 마약과 향정신성 의약품 중독의 천국인 미국이 과거 80년대에는 겨우 대마초를 가지고도 엄격하게 금지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됐다. (사실 대마초는 알코올보다도 의존성이 없긴 하다. 그렇다고 내가 대마 합법화에 찬성하는 건 아니다). 꽃을 아폴로적인 꽃 (튤립) 과 디오니소스적인 꽃 (장미,작약 등) 으로 나누는 것도 흥미로웠고, 감자를 통해 유전자 조작이나 품종의 다양성이 왜 중요한지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 꽃 한송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라. 무엇이 보이는가? 자연이 가지고 있는 이중성의 핵심, 다시 말해서 창조와 사멸이 경합하는 에너지, 복잡한 형태를 지향하다가도 이내 사그라지고 마는 특성이 거기에 담겨 있다. 자연의 그 어디에도 꽃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덧없음처럼 이중성의 두가지 측면이 뚜렷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곳은 없다. 온갖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자리 잡고, 그 질서가 한꺼번에 무너지기도 한다. 완벽한 예술이 있으며 동시에 자연의 맹목적이고 끊임없는 변화가 있다. 초월성과 필요성이 동시에 존재한다. 바로 그 곳, 꽃 속에 삶의 의미가 담겨 있는 건 아닐까? p190>

다시 한번 꽃을 찬양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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