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의 맛: 조남주 장편소설
조남주 지음문학동네
( 출판일 : 2020-05-28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6-04
페이지수 : 208
상태 : 승인
놀랍다. 이런 느낌의 청소년문학이라니. 이토록 냉소적인 사랑이라니. 소란, 해인, 다윤, 은지, 네 아이 각자의 상황 설명을 읽으며 상호 작용 속에서 모르는 것들을 이해해 나가며 성장하는 작품이겠거니 했다. 오늘도 나는 너무나 유쾌하게 깨진다.
네 친구는 제주도 여행에서 그리 별스럽지 않은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로 약속하지만 그 바람이 이루어지긴 그리 쉽지 않다. 공부 잘하는 두 친구는 기대를 받고 좀더 나은 학교에 가야 한다는 내외부의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친하게 지내지만 내밀하게 드러나는 속미음들은 이들의 친분이 언제든 무너질 듯 위태롭게 느껴지게 한다. 그 밑에 깔린 가장 강한 정서는 질투이다. 작가는 이들의 정서를 미화하지 않는다. 이들의 관계에는 시샘과 질투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다. 서술은 교묘하게 여자들의 우정을 바라보는 편향된 시선을 드러낸다. 이들의 관계에는 질투 이외의 다른 감정들이 많은데 우리의 시선은 뻔하지,로 흘러간다. '여적여'로 평가할 준비 태세가 충분히 되어 있다.
작가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82년생 김지영'의 작가이다. 작가도 스트레스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여성주의적 관점은 버리고 작품을 대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토록 공고하게 여성주의를 드러내는 작품을 그것을 빼고 읽을 수는 없었다. 반가운 것은 그녀가 여전히 객관성을 버리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객관성이 그녀에겐 너무 힘든 짐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부당함을 말하기 위해 '저도 잘한 건 없어요' 따위를 말해야 하는 방식은 많이 서글프다.
그렇게 이 작품은 아이들을 발칙하게 그린다. 아이들은 '모사'를 꾸민다. 그 발칙함이 영악함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들은 제 김정에 솔직하고 그 누구도 묻지 않는 자신들의 뜻을 따른다. 아주 잘 알고 있다. 묻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말해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정당한 방법으로 세상에 소리쳐도 세상은 그 소리를 들을 귀가 아직 없다.
앞의 문장을 바꾼다. 냉소적인 사랑이 아니다. 냉소적일 수밖에 사랑이다.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세상은 들어주려고도 하지 않는다. 아니, 이들은 세상의 규칙에 얽매여 말하기를 단속하기보다는 알아서 하는 쪽으로 선회한다. 발칙해 보이건 영악해 보이건 네 친구는 알아서 길을 찾는다. 정직하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싶지 않다. 솔직히 말해도 아무도 듣지 않을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