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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 3: 김선영 장편소설

김선영 지음자음과모음 ( 출판일 : 2023-10-3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6-03
페이지수 : 200 상태 : 승인
드디어 3권. 본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지만 <시간을 파는 상점>은이 3권이 제일 좋다. 직전에 본 <기억 전달자> 시리즈는 1권이 최고였는데, <시간을...> 시리즈는 3권이, 나에게는 최고이다. 재미도 재미있고 주제를 글 안에 품는 모양새가 많이 안정적이다. 앞에 2권은 글이 어딘가 허공에 떠서 착지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는데 3권은 '착'하고 안착하는 느낌이다.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대거 등장함에도 말이다. 역시나 소재의 문제가 아니었다. 문장도 간결하고 깔끔해졌고 새롭게 쓰려고 너무 애쓰지도 않고, 잔뜩 들어간 힘이 보기도 쓰기도 좋게 슥 빠진 느낌이다.
3권은 1,2권의 후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고2 도하는 할아버지의 집을 물려 받고 삼촌에게 무언의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거기다 소속된 동아리 담당 선생님이자 존경하던 박한상 선생님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를 죽음을 맞이한다. 학교는 1년 전에 학생의 자살이 있었기에 혼란에 빠진다. 도하는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상황에서 할아버지가 남긴 집에서 박 선생을 비롯한 여러 영혼들을 만난다.
주인공 이름은 명백히 '님아 저 강을 건너지 마시오'로 유명한 고전 시가 '공무도하가'에서 따온 것이다. 자살을 비롯한 여러 죽음들이 그것을 말해준다. 3권은 죽음에 대한, 죽음과 관련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제 '시계 밖의 정원'은 영국 판타지 소설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따온 것이며 꿈 속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는 설정도 가지고 왔다. 1권에서도 <한밤중 톰의 정원>에 대한 이야기가 살짝 등장한다. 작가의 선호가 느껴져 일종의 오마주라는 생각도 든다.
작가는 죽음을 통해 살아있는 '지금'을 이야기하려 한다. 꿈과 혼수 상태에서 도하가 만나는 이들은 영혼이다. 이 영혼들은 예상치 못했던 자신의 죽음에 대해 진술한다. 현실에서 그 죽음들은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시끄럽다 못해 전투가 벌어질 지경이다. 박 선생은 사고였지만 살려고 애쓰지 않아 죽음을 맞이한다. 현실에서 그 죽음은 의혹이 있는 '타살'로 간주된다. 진솔은 죽고싶지 않았음에도 자살하는 친구의 손을 잡았다가 동반 자살로 간주된다. 그들과 관련된 사람들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고통스럽다 못해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시간을 보내게 된다.
도하가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싶은 대로만 보는지를 여실히 깨닫게 된다. 그 진실은 소중하지만 삶이 시간보다 더 소중하지는 않다. 하지만 때론 진실에 대한 집착 같은 지향은 '지금'을 잡아먹기도 한다. 어떤 것이 더 소중한 걸까. 눈 감고 모른 척하고는 살아질 수 없는 일이 분명히 있다.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에 의혹이 있다면 누구든 매달리게 될 것이다. '나' 자신을 무너뜨리지 않은 선에서 하는 것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이건 답을 정하지 못하겠다. 그 상황이 오면 그저 나를 믿을 것이다. 그저 지금은 혹여나 삶을 포기하려는 어딘가의 누군가에 이 말을 중얼거릴 뿐이다.
님아, 제발 그 강을 건너지 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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