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장편소설
장강명 지음민음사
( 출판일 : 2015-05-08 )
작성자 :
조○라
작성일 : 2024-05-30
페이지수 : 202
상태 : 승인
한국이 싫어서,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행복해지고 싶어서.
이 책에서 계나는 자신의 호주행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나이에 걸쳐있는 나. 나에게 계나는 내가 겪은 20대이고, 30대이며 내 친구이고 내 가족같다. 부족한 어린 시절,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집안 사정, 어릴적 호주로 일본으로 워홀을 떠난 옛 친구들, 그 중 몇몇은 돌아오거나 일부는 해외에서 자리를 잡기도 했지. 현재 한참 결혼하고 시댁과 육아에 시달리는 동창들, 장수생이라는 타이틀이 민망할 정도의 나이에 모여 수능을 다시 볼까 의전시험을 볼까 술자리에서 한탄하면서 불안한 미래에 뭐든 해야할 것 같은 바쁜 마음으로 술잔을 기울였던 지난날들, 소설 속 어느 하나 내 얘기 같지 않았던 것이 없고 내 가족, 친구들 같지 않았던 인물들이 없다.
하지만 계나와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내 행복을 위해 그녀처럼 빠르게 생각하고 선택하지 못했던 것일거다.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계나보다 느렸지만 나도 이제야 내 행복의 원천과 지속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녀는 좀 더 빠르게 결론지었고 선택했고 행동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그녀도, 나도 그녀를 다라 불안한 마음을 쉽게 지울 수는 없었다.
여러 가지 경험에서 사람은 다듬어지고 만들어진다. 계나가 그랬고 지명이 그랬고 재인이 그랬을거다. 물론 나도 그랬을거다. 겪는 환경이 다르면 그 사람이 내리는 정의 또한 달라진다. 그래서 계나도 지명도 그 어느 누구도 틀린 사람은 없다. 각자의 행복을 위해 각자의 노력으로 살아갈 뿐이다.
마지막 페이지에 나오는 계나의 행복론보다도 사실 좀 더 인상 깊었던 장면은 계나가 재인과 같이 한국에 들어온 후 자매들과 가진 술자리였다. 계나는 그 전까지 치열하지 호주 생활을 해나가느라 그걸 읽어내려가는 내가 힘겨울 정도였는데도 자매들에게 호주 이민을 권하고 있다. 문득 계나랑은 약간 다르지만 호주로 워홀을 떠나 현재 영구권까지 딴 사촌오빠 생각이 났다. 워홀을 떠나면서 시민권, 영주권까지 따면서 간간히 통화하며 건넸던 그 말들. 나에게도 오빠는 호주 이민을 끈임없이 권유했다. 계나같은 마음이었겠지. 그 과정에서 그는 매우 힘들었겠지만, 그걸 숨긴것도 아니었지만 그 시간을 지나서 맞이하는 행복한 현재. 그 때문에 권유했을 것이다. 따뜻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는 그냥 웃으며 넘겼지만.
현금 흐름성 행복과 자산성 행복. 계나는 행복을 두가지로 정의했다. 나는 어떤 행복을 좇는 사람일까. 그 행복을 위해 어떤 삶을살아야 하는 걸까. 계나는 정답을 찾은 것 같지만 나는 아직도 헤매고 있다. 내 행복은 어느 하나로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나란 사람을 몇 문장으로 정의하기에 나는 아직도 부족하고 어리다. 하지만 이 책은 계나를 통해 나에게 좀 더 내면을 들여보기 했고 내 과거를 돌아보게 했으며 내 남은 날들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 어떤 자기개발서보다도 더 진솔한 이야기로 나에게 얘기를 건넸다. 굉장히 여운이 깊은 계나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