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어 : 문경민 장편소설
문경민 지음문학동네
( 출판일 : 2024-04-03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5-24
페이지수 : 191
상태 : 승인
<나는 복어>, 세번째로 읽는 문경민의 작품이다. <훌훌>과 <브릿지>도 그랬는데, 특히 더 도발적인 제목만큼이나 흡입력이 강해 단숨에 읽힌다. 세 작품 모두 주인공이 고등학생이다. <브릿지>의 배경은 예고였는데 이 작품의 배경은 공고이다. <훌훌>의 소재는 입양, 엄마의 자살과 관련된 소년, 소년보호재판 등으로 편하지 않은 소재였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 처한 환경은 더 당혹감을 불러일으킨다. 엄마의 음독 자살과 그에 관련된 약물인 '청산가리'가 별명이 고등학생. 소재의 이질감이 편하지 않다. 눈길을 돌리고 외면하고 싶다.
<훌훌>을 읽은 때는 주인공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방어를 하며 나름 성실하고 어른스럽게 대처하고 있었다. 때문에 어른이라는 위치가 주는 무력감을 주인공의 활약으로 상쇄시킬 수 있었다. <나는 복어> 역시 주인공이 청소년이라는 상황임에도 너무나 훌륭하게 대처하고 있었지만, 상처가 너무나 아득하게 느껴져 도망가고 싶기만 했다. 그럼에도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작가의 역량에 감탄과 감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끝까지 읽고 보지 못했던 현실을 똑바로 보라는 거다. 그리고 보지 못했던 현실이 조금은 변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두현이의 처지는 보통의 소설이라면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부정하고 세상을 향해 적개심을 내보이는 전개를 보일 소재이다. 그리고 깨지고 성장하는 그런 클리셰 말이다. 그러나 두현은 제 상처를 핑계로 세상을 증오하며 엇나가는 대신 나름의 방식으로 묵묵하게 살아간다. 오히려 못된 아이들이 두현의 아픔을 조롱하고 배척한다.두현은 바로 복수하고 싶지만 현실과 타협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해나간다. 두현의 친구 준수가 그런 두현의 곁에 서있다. 그러나 이 타협은 결코 '기만'의 형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두현의 모습은 제 잘못은 없다면 법을 교묘하게 피해나가는 작중 다른 어른의 모습과는 분명 다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합법적 테두리에서 남을 이용하며 자신은 떳떳하다고 말하는 장귀녀 사장과 나 자신이 다치지 않기 위해 타협을 선택하는 두현이 모습은 겉으로 비슷해 보여도 본질적으로 다르다.
복에는 독이 있다. 독을 제거하고 잘 요리하면 맛나는 요리가 되지만 독을 제거하지 못하고 그냥 먹으면 사람을 죽이는 치명적인 독이 된다. 복어는 복어지만 누군가에는 물고이기고 누군가에게는 독이 된다. 두현은 제 독이 자신을 망치지 않도록 자신을 먼저 보호한다. 상처에 먹힌 엄마의 길을 택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제 상처를 이유로 세상에 독을 내뿜지 않는다. 상처가 가득한 강태는 세상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지만 재경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행동을 택한다. 복어의 독이 이렇게 다르게 작용하는 것이다.
나에게도 독이 있다. 쓰고 싶지는 않지만 필요하다면 잘 구분해서 쓴다. 에전에는 막무가내로 뿜어냈다면 지금은 상황을 잘 살피고 나 자신이 다치지 않는 선을 잘 가려서 쓴다. 독을 쓰지 않거나 재경처럼 사회 변화를 위해 나서는 사람까지는 아직 되지 못했다. 과거에는 그런 사람을 '훌륭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되어야 한다고 꿈꾸었지만, 이제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같은 건 버렸다. 복어가 고등어가 될 수는 없다.
모두들 상처를 품고 있을 것이다. 그 상처와 제대로 마주하기를 바란다. 모 짜장 라면은 일요일에는 내가 요리사란다. 복어 독 같은 내 상처에는 내가 요리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