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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문경민 장편소설

문경민 지음우리학교 ( 출판일 : 2025-01-17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5-23
페이지수 : 204 상태 : 승인
'브릿지'는 첼로의 현을 받쳐주며 소리가 통으로 들어가 공명하도록 돕는 첼로의 작은 구성품이다. 주인공 인혜는 첼로를 전공하는 예고 학생이다. <브릿지>에는 인혜와 첼로 레슨 선생님 엄정현을 중심으로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 펼쳐진다. 서로가 엮이는 이야기가 다소 복잡한데 그 중심에는 인혜의 할머니가 있다. 가족들은 할머니의 갑작스런 죽음, 가족 누구도 아닌 다른 누군가의 발견으로 알게 된 죽음에 큰 충격이을 받는다. 할머니와 각별했던 인혜는 첼로 연주 평가를 제대로 치루지 못할 정도록 힘이 든다. 엄정현 선생과의 갈등 속에서 인혜는 할머니가 자신뿐 아니라 선생님에게 은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작가는 약 200페이지의 내용 속에 여러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와 얾힘을 전혀 수선스럽지 않게 전개시킨다. 술술 읽히는데 또 쉽게 이해된다. 주인공은 있지만 각 인물들이 비중이 결코 작지 않게 나름의 서사를 가지고 있다. 그 서사들을 할머니로 연결시키는 솜씨가 감탄스럽다. 첼로를 켜는 주인공, 아빠는 국수집, 엄정현의 '현' 등 줄을 연상시키는 상징들이 작품 속에서 누군나 갈 길이 있음을, 의도치 않게 변경될 수 있음을 알리는 각각의 기능을 하고 있다. 색다른 악기 '반도네온'은 언제나 다른 길이 있음을 상기시키기까지 한다. 지난 며칠동안 몇 권을 읽은 왕수펀도 감동이었는데, 작가 문경민도 <훌훌>에 이어 <브릿지>에서도 감동을 안겨준다.
인혜처럼 누구나 1등이 되고 싶고 주인공이 되고 싶다. 아니 1등은 고사하고, 조금쯤은 잘해내고 싶고 최소한 실패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게 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할머니는 고통스럽게 첼로를 켜는 인혜가 안스럽지만 선택을 존중하고 힘이 되어 준다. 그리고는 제 손녀를 괴롭게 하는 깐깐한 엄정현의 딸 장애아 주희를 사심없이 돌봐준다. 엄정현의 딸이자 인혜의 라이벌 격인 연수가 돈이 없어 반도네온을 구입하지 못하자 기꺼이 후원자가 되어 준다.
하지만 늘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 아들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지지했지만 국숫집을 무리하게 확장하려 하자 단호하게 말린다. 할머니의 말을 듣지 않은 인혜 아빠는 국숫집을 말아먹는다. 인물들의 이러한 모습은 모든 일을 잘하거나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저 할 수 있거나 하지 않을 뿐인 것이다. 할머니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잘 안될 때 좌절하지 않도록 곁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할머니는 알게 모르게 모두에게 '브릿지' 같은 존재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힘으로 잘 되지 않은 순간을 모두가 견뎌내었다. 그 힘으로 남은 시간을 또 살아낼 것이다.
내게도 이런 존재가 있을까. 아무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 특별히 독립적인 것도 모난 것도 아닌 성격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브릿지처럼 나를 지탱하는 힘은 무엇이었을까.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건 아이들이고 책이다. 힘들 때 내 손을 잡아준 작은 손과 안아 준 따뜻한 포옹은 기억만으로 잔잔한 행복감을 선사한다. 삶의 무료함을 채워주는 글자는 감사한 생의 동반자들이다. 그저 족하고 행복하다. 아이들에게 과연 나는 브릿지 같은 존재일까. 사실 잘 모르겠다. 괴롭게 하는 존재이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떠오르지 않았지만 내가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힘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부모님은 특히나 그러한 존재였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의 하나였을 것이다. 나의 아름다운 소리를 막힘없이 내면서 누군가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우며, 그렇게 살아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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