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 이윤 옮김필로소픽
( 출판일 : 2026-01-02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5-21
페이지수 : 93
상태 : 승인
일바적인 책의 반만한, 1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자그만한 책이다. 하지만, 여러번 읽어야 한다는 점에서 300페이지 책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어려워서인가 싶었는데, 이해를 하고 나면 처음부터 어려운 책이 아니다. 논지 전개 방식이 상당히 독특하기 때문이다. 어떤 단어의 개념에 접근할 때 우리가 보통 취하는 방식은 정의를 내리고 용례를 추적하고 다른 단어와 비교하기이다. 이 책의 저자 해리 프랭크퍼트는 제목에 나온 'bullshit', 개소리의 정의를 내리기 위해 비슷한 다른 단어들의 뜻을 밝히기 시작한다. 이 단어 저 단어 가져 와서 필요한 부분을 취하고는 정작 정의를 내리지 않고 맘에 들지 않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개소리'라고 일갈해 버린다. 임팩트는 확실히 있지만 중간에 뭔가가 빠진 느낌을 채워 넣기 위해 우왕좌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서술 구조가 단순한데 이러저리 튀는 얌체공처럼 느껴져 개념 정리를 하기가 쉽지 않다.
또 고민에 빠진다. 왜 이런 논지 전개를 할까. 이 작은 책 안에 왜 포스트모던이라고 이름 붙인 현대성의 특징을 '개소리'라고 진단해 버리는 걸까. 처음엔 저자가 '개소리'의 개념을 밝히고 싶어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정작 그가 하고 싶은 말은 '진실' 혹은 '진리'를 외면하는 우리의 모습이다. 개인들이 사용하는 사소한 개소리부터, 정치인이 사용하는 문제적인 개소리를 수박 겉핥기처럼 슥 건드리지만, 진짜하고 싶은 말은 개인에 집중하는 철학 사조에 대한 비판이다. 지금의 철학들이 "거짓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소통에 기여하지 못하고 공들이지 않으며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는 부정확한 진술"인 개소리라는 것이다. 개인성에 너무 큰 가치를 두는 지금의 사조는 진리를 파헤치는 철학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사조라기보다는 일종의 유행이자 흐름에 대한 비판일 것이다. 이 저자가 '개소리'라 지칭하는 느낌에 일치되는 딱 떠오르는 사상가가 있지만, 말하지는 않으련다. 너무 개인적인 직관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이러한 논지 전개는 철학이자 수단이자 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목에 이끌려 책을 집었지만, 한 가지 개념에 집요하게 매달려 의미를 밝혀내고 그 의미가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철학자의 수사가 이 독서에 만족을 느끼게 한다. 개소리는 집어치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