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우리의 직관 너머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의 시간
카를로 로벨리 지음 ; 이중원 옮김쌤앤파커스
( 출판일 : 2019-06-10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5-18
페이지수 : 240
상태 : 승인
저자는 양자중력 물리학자란다. 나는 그를 양자중력 철학자라고 부르고 싶다. 부제에 '물리학의 눈으로 우주의 시간'이라고 적혀 있지만 철학에서 줄기차게 이야기되어 오는 내용들이었다. 저자가 말하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혹은 다르게 '시간은 없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나름 직관적으로 이해한다. 시간이, 사물의 이름처럼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모종의 것에 이름을 붙인 것이라는 것, 편의상 단어화한 것이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사이에 낀 '현재'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관념일 뿐이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꺼내지 않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 이야기를 한다. 상대성 이론을 이해할 때 시간이 그저 관념적으로 '상대적'인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상대적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납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이해를 도와준 것인 바로 '중력'과 '중력장'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실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중력에 따라 휘는 모양을 따라 제각각의 시간이 존재했다. 우리가 부르는 그 시간이 말이다. 내가 이해하고 형상화한 중력장은 탄력있는 일종의 실리콘 같은 공간의 모습을 저자는 '망'이라고 표현한다. 충분히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표현이었다.
새로운 것은 시간을 에너지가 아니라 '낮은 엔트로피'라고 설명한 부분이었다. 시간이 무언가를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수긍이 간다. 낮은 엔트로피라 하는 것은 느리게 무언가를 계속해서 축적하는 것이 상상되고 이건 결국 에너지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았다. 그러나 저자의 안내는 곧 시간이 무언가를 하게 하는 힘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는 것이고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는 이해를 낳는다.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즉 무질서도 증가의 법칙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저자의 설명을 기쁘게 따라갔다. 제3법칙은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인데 다행히 저자는 시간을 설명하기 위해 2법칙을 이용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저자가 논지 전개를 위해 물리학 수식을 많이 가져 오지 않는 것이 고맙다.
저자의 결론은 가뿐하다.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무수한 것들이 그저 관점이며 우주의 하나이다. 기억과 예측으로 인해 시간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우리는 그대로 우주의 부분이자 우주이다. 불교를 가져오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저자는 지금의 충만함을 느끼라고 조언하다. 있지도 않은 지금을 느끼라는 것이 역설 같지만, 시간은 노래라고 끝맺는다. 다른 느낌을 적을 필요도 없이, 그저 공감한다.
누구인지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하는 생각을, 그리고 확장했다면 저렇게 진행되었을 것 같은 생각들이 적혀 있다.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와 마음껏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가끔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말에 눈을 빛내며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 누군가가 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