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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사람

왕수펀 지음 ; [서머라이즈 샤샤오즈 그림] ; 양성희 옮김우리학교 ( 출판일 : 2021-09-17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5-16
페이지수 : 216 상태 : 승인
네 권째 읽는 왕수펀의 소설. 네 권 중 가장 최근작으로 전작들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세 권의 전작들은 등장 인물들의 관점을 다양하게 드러내며 차례로 병렬하는 방식으로 서술을 진행했다. 이 작품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인데, 병렬을 하되 인물들 기준이 아니라 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2055년인 현재와 현재의 인물이 쓰는 2259년의 소설의 미래가 교차로 서술된다. 미래가 등장 인물이 쓰는 소설로 진행되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서사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반쯤 읽다가 다시 돌아와 시간과 인물을 짚어가며 읽었다.
책을 덮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이렇게 복잡한 구조를 취해야 했을까이다. 이 형식이 소설의 주제에 어떤 기여를 하면서 어우러지는지 고심하게 된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은 아닌데 왜 이렇게 시간을 구성했을까, 그 의도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시간적 배경이 미래인 상황에서 인물이 쓴 소설의 배경이 미래가 되는데 그 미래가 마치 현재처럼 읽히며, 원래의 미래 배경은 과거처럼 읽힌다. 하, 써놓고도 무슨 말인가 싶다.
소설 속 소설이니 액자 구조인 셈인데 시간의 흐름을 액자 속에 가두고 진행시키니 뭔가 자연스럽지가 않다. 작가가 욕심을 부려 서두와 말미를 만나게까지 한다. 이미 두 이야기를 거울처럼 복사해 전개시키면서 두 시간, 사실 두 구조, 즉 실제과 허구까지 연결시킨다.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의미없는 전개와 구조는 없다는 생각을 평소에 한다. 이처럼 의도가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품은 더더욱 그럴 터인데 이러한 구조화의 기능이 잘 이해되지 않아 좀 답답하다. 독후를 쓰다 떠오를까 싶어 글을 적어보지만 오리무중이다.
사실 이 구조가 보지 못한 새로운 형식은 아니다. 작가가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쓰고 그 작품이 현실을 반영하며 작가와 연결되는 메타픽션은 있어 왔다. 그러한 메타픽션의 주목적은 대체로 텍스트와 작가의 (허위의) 권위를 떨어트리며 현실의 모순을 폭로하는 것이다. 이 작품이 조금 특이한 것은 미래인 2055년을 예측하며 미래에 쓰여질 소설도 예측한다는 것이다. 미래에 쓰여질 소설의 인물들이 주인공 빼고는 모두 AI라는 것이다. 이 메타픽션이 반영하려는 현재는 이 구조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좀더 생각해 보아야겠다. 걷다 보면 어느날 번득 떠오를 것이다. 왕수펀의 새로운 시도가 무척 반갑다.

하루 뒤. 이러한 형식이 주제에 기여한 바가 무엇인지 번득 떠올랐다. 소설은 서두와 말미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묻는다. 작중 주요 인물 은교수는 망해가는 이 지구에 가장 필요로 하는 일을 위해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 평생을 그리워 하며 산다. 그리고 얼음처럼 차가운 AI 아내의 양육을 혐오하듯 바라본다. 주인공 산샤의 부모님은 암울한 지구의 상황에서 자식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정작 산샤가 생각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다. 산샤를 살리기 위해 온 시간을 쏟느라 산샤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 산샤에게 소중한 것은 혼자 살아남을 미래가 아니라 지금 부모님의 사랑이었다.
지구의 마지막 한 사람으로 살아남은 M3는 자기와 똑같이 복제된 인간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묻는다. 이 모습은 과거에서 지금까지 이어진, 미래에도 되풀이될 자신을 잊고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이다. 부모들이 자식을 사랑하고 위한다는 미명 아래 자녀와의 지금이 소중함을 잊고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미래에 매달린다. 지금의 희생이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반복하면서 말이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가 위해, 즉 생존하기 위해 우리는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보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 소설은 미래의 모습을 통해 지금을 묻는다. 우리가 걱정할 것은 미래가 아니다. 미래는 지금의 거울이며 현재의 모습이다. 지금의 문제를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 왕수펀은 질문한다.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그걸로 지금을 채우라고 말이다. 다시 한번 왕수펀의 새로운 시도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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