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장: 팡팡 장편소설
팡팡 지음 ; 문현선 옮김문학동네
( 출판일 : 2025-04-18 )
작성자 :
심○희
작성일 : 2026-05-14
페이지수 : 454
상태 : 승인
소설 제목인 연매장은 시신을 관 등에 넣지 않고 곧바로 땅에 묻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작가는 끔찍한 과거를 겪은 사람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기억을 거부하고 사건이 묻히기를 바라는 것도 시간에 연매장되는 것이라고 본다.
<누군가는 망각을 누군가는 기록을 선택한다>
주인공 딩찌타오는 과거 토지개혁때 지주였던 친정과 시댁이 참변을 당하고 살아남은 뒤 참혹했던 과거를 잊어버린 채 살아간다. 그의 남편이었던 우자밍 역시 지주였던 집안이 몰락한 후 혼자 살아남은 아픔이 있다. 그들과 그의 아들 칭린은 참혹한 과거가 잊히기를, 시간과 함께 풍화되어 기록이 사라지기를 택한다. 반면 칭린의 친구이자 학자인 룽중륭과 이 소설의 작가 팡팡은 진실이 그냥 사라지는 것을 거부하고 기록을 선택한다.
소설은 누가 맞고 틀리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양쪽 입장을 모두 존중한다.
작가 스스로도 이 책을 쓰며 자신의 부모를 비롯해 그 시대 아픔을 그저 묵묵히 견딘 윗세대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들은 우리가 모르기를 바랐다. 그들은 평생 짊어졌던 역사의 짐을 우리 등에 또 지우기를 원치 않았다. 그래서 침묵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p451 작가의 말중>
그래서 그런지 글 속에서 딩쯔타오와 우자밍의 실제 과거가 드러날 듯 말듯 하다가 번번이 어긋나고 만다. 읽을 때는 안타깝고 답답하기도 했는데 다 읽고 나니 자신들의 죽음과 함께 과거의 진실이 영원히 묻히기를 원했던 그들에 대한 작가의 배려였던 건 아닐까 생각됐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실패한 역사의 기록도 들춰내고 기록해야 한다. 그래서 작가는 말한다.
연매장을 거부한다!
그러나 이런 기록들로 인해 다시 과거의 고통을 떠올리게 될 사람들에 대한 마음씀도 잊지 않는다. 책은 주인공의 아들인 칭린의 생각으로 끝난다.
<그래 나는 망각을 선택했고, 너는 기록을 선택했어. 하지만 네가 기록하는 이상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그리고 진실은, 칭린은 냉소를 지었다. 진실이 어떻게 언어와 글로 표현될 수 있겠어? 세상의 어떤 일도 진정한 진실은 가질 수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