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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오늘이 참 놀라워서 : 황선미 첫 번째 에세이

황선미 지음예담 ( 출판일 : 2017-01-01 )
작성자 : 최○숙 작성일 : 2024-05-29
페이지수 : 366 상태 : 승인
어느날 새벽에 문득 생각이 떠올라 머리맡에 놓아두는 노트에 "오늘은 어제가 피운 꽃이다"라고 썼다.
보름쯤 후에 이 책을 읽었다. "나의 오늘이 지나간 시간으로 피어난다는 걸 자꾸 잊는다"라는 문장을 발견했을 때 묘한 기분이 들었다.
작가가 혼자하는 일이 많다고 했을 때도 '나도 그런데. 나는 혼자를 자주 즐기기까지 하는데'하며 공감했다. 희로애락의 여러 국면에서는 감정이입이 넘쳐 읽기를 한참씩 쉬기도 할 정도였다. 내가 표현할 수 없었던 생각과 감정들을 표현해 주어서 감탄을 하곤 했다.
에세이를 읽을 때면 종종 이렇게 잘 통하는 친구를 만난 것 같은 생각이 들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
쓸데없이 생각이 지나치게 많은 나는 "지나온 길은 버리며 간다"는 작가의 삶의 방식을 흉내내고 싶으나 쉽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지나온 길을 버린다 해도 나는 그 길의 끝에 있고, 지나온 길이 나를 따라오기 때문"이라는 문장에선 걱정이 안심으로 바뀌기도 한다. 지나온 나날(오늘)들이 지금의 나를 꽃 피우고 있는 거니까.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가 참 예쁘다. 세밀화처럼. 산책 중 꽃 앞에 서서 사진을 찍는 순간처럼 쉬어간다.
마지막 삽화는 숲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길이다. 계단에는 풀이 나 있다. 길은 있으되 많은 사람이 오가는 길은 아닌 것 같다. 계단 입구에 핀 노랑과 빨강 꽃이 피어 있어 그 길을 끌리듯 갈 수 있을 것 같다. 작가가 가는 길도 그럴까?
삽화 아래 작은 글씨가 가야 할 길에 대한 다짐으로 읽힌다.
"저 길을 가려는 건, 저 너머에 뭔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뭔가를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작가의 지난 많은 오늘들과 손잡고 산책한 며칠을 보냈다. 오늘도 산책을 나가야겠다. 참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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