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에 대하여: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 문형배 에세이
문형배 지음김영사
( 출판일 : 2025-08-28 )
작성자 :
이○현
작성일 : 2026-05-11
페이지수 : 407
상태 : 승인
문형배 재판관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였다.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으로서 선고 요지를 읽어 내려가던 그의 모습은 굉장히 차분했고 단호했다.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한 문장 한 문장 신중하게 읽어가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남았다.
탄핵심판 이후 김장하 선생님의 다큐멘터리와 책을 접하면서 문형배 재판관 역시 어린 시절 김장하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받은 것을 사회에 돌려주며 살아가려 했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것은, 단순히 판사의 에세이가 아닌 타인이 호의로 살아왔음을 잊지않으려는 사람의 기록이라는 점이었다.
어떤 방화범의 형을 선고하는 날 피고인에게 자살을 열 번 외치게 하였다. "자살자살자살... 이렇게 열번 하면 본인은 자살이라고 말하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살자로 들립니다.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실패라고 다 나쁜것은 아닙니다. 자살에 실패해서 살았지 않았습니까?" 이 문장을 읽으면서 단순한 재치가 아닌 누군가를 간절히 살게 만들고 싶은 진심 어린 설득처럼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호의에 대한 정의였다. 우리는 흔히 호의를 특별한 친절이나 선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문형배 재판관은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조차 사실은 누군가의 호의 위에 세워져 있다고 말한다. 아침 거리의 깨끗함은 청소 노동자의 호의이고, 따뜻한 밥 한 끼는 농민과 노동자의 호의이며, 사회 시스템 역시 누군가의 책임감과 배려 위에서 굴러간다는 것이다.
나 역시 일을 하며 사람을 숫자와 결과로만 바라보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결국 조직도 사회도 사람으로 움직이고 그 사람들은 누군가의 작은 호의 하나로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문형배 재판관과 김장하 선생님의 삶을 보며, 진짜 대단한 사람은 자신이 받은 것을 자랑하지 않고 조용히 다시 세상에 돌려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이 누군가의 선의 덕분이라는 사실을 잊지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