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2
박지원 지음 ; 김혈조 옮김돌베개
( 출판일 : 2025-06-09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5-08
페이지수 : 552
상태 : 승인
2권 역시 묵직하다. 조선 사신단과 박지원은 발길을 재촉해 겨우겨우 날짜에 맞춰 열하에 도착한다. 청나라 태학관에 도착해 안부 인사를 받는 8월 9일의 글을 보며 읽는 나까지도 한숨을 돌린다. 박지원이야 유람으로 따라온 셈이니 급한 걸음을 따른 것뿐이지만, 사신단 간부들은 얼마나 애를 태웠을까. 박지원의 글이라 간부의 갈급한 마음은 잘 그려지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쉽다. 사신단 수장이 불평을 하며 힘이 들 때 아랫사람을 괴롭히는 조급한 사람이 아닌 듯보여 급박해도 표를 그리 내지 않았을 것 같기는 하다.
2권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지금의 달라이 라마라고 할 수 있는 '반선 액이덕니'를 만나는 장면이다. 청 건륭 황제는 조선 사신에게 호의를 베풀어 자신의 생일연에도 초대하고 스승으로 대하는 액이덕니를 만날 기회도 준다. 하지만 유교에 투철한 우리의 사신단은 너무나 불편하다. '이단'의 종교인 불교의 고승에게 머리를 조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작은 나라의 법도가 아니라고 거절하다 재촉당하니 회의를 한답시고 우물쭈물 지체를 한다. 황제는 돌아가라 이르고 다시 한번 만나게 자리를 마련하지만 제대로 몸을 숙이지 않는다. 이에 당황한 청나라 신하들이 재촉을 해도 요지부동이다. 결국 황제에게 청 신하들이 거짓말로 조선 사신단이 예의를 다했다고 고하는 장면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우리 조상님들의 굽힐 줄 모르는 의지란...
건륭 황제는 괘씸해 하면서도 왜 다시 부르는지 그 마음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박지원도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나라의 기개에 성질이 좀 날 테인데 좋은 황제 노릇이 하고 싶은 걸까.
중반부를 넘어서자 좀 지루해진다. 박지원과 태학관에서 공부하는 선비 곡정 왕선생과 필담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박지원이 한 마디를 물으면 척척박사 곡정이 옛날 옛적 이야기를 열 마디로 대답한다. 끝도 없이 나열되는 사건과 관계된 사람들이 이어지며 옆 주석란까지 빼곡하게 채워진다. 곡정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위해 다수의 예를 드는데 거기에 맞춰 대답을 하는 박지원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 '전통지향적인' 대화가 영 성미에 안맞는다. 얹히듯 답답하다. 결국 다른 일본 소설을 한 권 읽고 나서야 다시 읽기 시작했다. <맹자>나 <논어>, 쇼펜하우어의 책이 힘든 것도 다 연결된다. 옛날 말이어서가 아니다. <주역>은 또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던가. 잔소리처럼 느껴지면 도망가고 싶은 것이다. 읽기를 멈추면 되는 것을 그걸 하지 못하고 꾸역꾸역 읽어대는 성미란 참 피곤하다. 건륭 황제도 이런 마음이었던가 싶어 독서에 이어 독후를 쓰다가도 웃음이 터진다.
자, 이제 3권으로 가자. 그전에 다른 책도 한권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