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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다나베 세이코 지음 ; 양억관 옮김작가정신 ( 출판일 : 2008-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5-07
페이지수 : 283 상태 : 승인
<열하일기 2>을 읽다보니, 한고조가 어떻고 명태조가 어떻고 등등 옛날 이야기가 좀 지루하게 이어진다. 박지원 앞에 앉은 고리타분한 청나라 선비의 '말씀'이 길기도 길다. <열하일기 2>를 옆으로 밀고 <비스킷>에 살짝 언급된 다나베 세이코의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기분 전환 삼아 집어들었다. 색이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실학파라지만 조선 시대 양반의 고상한 글을 읽다가 동생의 연인을 시샘하고, 연하의 남자를 유혹하는 여인의 설레는 마음을 읽으니 환기가 확실하게 된다.
제목인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영화로도 제작된 단편소설이다. 이 책은 단편소설집으로 '조제와...'는 실린 작품 중 제목이 될 만큼 가장 인상적이긴 하다. 작품들 대부분의 주인공이 여자이며 겉보기와 다른 여자들의 심리가 내밀하게 그려진다. 그 상대, 대체로 연인을 대하는 여자들의 모습이 산뜻해 보이지만 섬뜩하다. 쿨하게 수용하는 모습 이면에는 오로지 '자기 자신'의 정서적 만족밖에 없어 보이는 건 좀 과한 느낌일까.
작중 인물인 조제가 남자친구와 시간을 보내던 중 죽은 것이라 상상하며 행복을 느끼는 마지막 장면이나 연하의 남자을 유혹하며 자신의 '이중인격'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작품 속 여인의 마음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친절하고 따뜻하고 수용적인 겉모습과 너무나 다른, 이 '자기밖에 모름'으로 보이는 내면이 너무나 무섭다. 악인들이 아님에도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을 야기한다. 그럼에도 잘 읽히는데다 알게 모르게 이 여인네들의 마음에 동화되는 것이 상당히 중독적이다. 정신차리고 보니 '늪'에 끌려들어간 기분이다. 박지원 앞에 앉은 곡정 왕선생이 이 화법을 좀 배워가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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