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1
박지원 지음 ; 김혈조 옮김돌베개
( 출판일 : 2017-11-06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5-03
페이지수 : 560
상태 : 승인
출판사 '돌베개'에서 세 권으로 엮어 출간한 박지원의 <열하일기>. 독서 기한을 지켜야 하는 이번 독서 모임의 대상 도서이다. 1권이 좀 무거워 후루르 살펴보니 쪽수가 550을 넘어간다. 살짝 부담감을 느끼며 페이지를 넘긴다. 사진이 실려 내용이 쪽수에 비해 조금 줄어들었지만 각주도 많아 독서가 그리 만만치 않다. 비슷한 두께의 2,3권이 기다린다는 생각에 촉박하게 쫓기는 느낌까지 따라온다. 사진을 감안한 종이질 때문에 책 자체도 무겁다. 마치 비 때문에 지체되는 답답한 여정을 박지원과 함께하는 기분이다. 예의와 체통을 애써 가식적으로 지키려 하지는 않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박지원의 어조도 무게감에 한몫한다. 총제적으로 묵직한 독서다.
<열하일기 1>에는 압록강을 건너기 전엔 1780년 6월 24일부터 난하를 건너는 8월 9일까지의 여정이 기록되어 있다.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계속되는 비와 강 수위의 증가로 지체되는 여정이, 후반에는 더위 때문에 고생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강물을 건너는 일은 매번 고역이다. 매일 있었던 일, 만난 사람들, 구경한 장소, 여정의 특이한 사건 등이 꼼꼼하게 쓰여져 있다. 돌베개의 <열하일기>는 저자 박지원만큼이나 기록에 대한 각주가 매 페이지 촘촘하게 사진과 함께 실려 있어 1780년대 원저자의 기록을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다.
소설 못지 않은 반전도 있다. 박지원과 사신 일행이 천신만고 끝에 북경에 도착했는데 청나라 황제는 '열하'에 가고 없다. 그리고는 조선 사신단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열하에 언제까지 도착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날짜에 맞추느라 사신단도 중국 관리도 정신이 없다. 며칠의 강행군이 다시 이어지고 비와 강물이라는 난관을 또 넘는다. 급기야 박지원의 말잡이꾼이 큰 부상을 입고 도착하기 직전에는 헛소리까지 한다. 박지원이 다치고 아팠다면 그를 보호할 수단을 내었을 텐데, 하인을 위한 수단은 두고 가면 너는 죽으니 알아서 오라는 것밖에 없다. 앞서 사신단을 수발하는 하층민들의 삶이 얼마나 고달펐는지 기록 곳곳에서 발견된다. 박지원은 별 동정과 연민없이 기록하지만, 말동무가 되어주던 견마잡이 창대가 환각에까지 빠지자(아마도 요즘의 섬망 증세일 것) 담요를 둘러주고 제 말에 태우기도 한다. 다녀간 유명인들의 과거까지 소상히 설명하는 박지원의 유람과 문장보다 이런 글이 더 마음에 남는다.
박지원의 기록 자체는 그저 감동이다. 젊은 시절 어떤 출판사인지도 모르는 한 권으로 축약된 <열하일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축소와 삭제가 없는 지금의 원전 번역본을 보니 그때의 책은 박지원의 경험과 느낌을 중심으로 뽑아 만든 것이었다. 다시 원전에 충실한 번역본을 읽은 것이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박지원이 어떤 사람인지, <열하일기>의 진정한 가치도 제대로 모르고 지날 뻔했다.
아직 1권이라 박지원의 모습이 제대로 형상화되지는 않았다. 마치 부조처럼 평면에서 조금 불거진 느낌이다. 2, 3권에서 더욱 구체화 될 것이란 기대감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