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엄마 박완서의 부엌
호원숙 지음세미콜론
( 출판일 : 2021-01-22 )
작성자 :
최○숙
작성일 : 2024-05-28
페이지수 : 180
상태 : 승인
엄마가 돌아가신 지 벌써 2달이 넘었다. 살아계실 때보다 더 자주 엄마 생각이 난다. 돌봄 당번이었던 목요일엔 아직도 엄마한테 가야 할 것만 같다.
산책을 하다가 엄마를 연상시키는 분을 만나면 "엄마!"하고 불러보고 싶었다. 눈을 떼지 못하고 천천히 걸었다. 꿈인가 싶기도 했다.
엄마가 사랑하셨던 사람들, 꽃, 시간과 장소, 물건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올리게 된 요리와 음식들 때문에 엄마가 더 생각이 나곤 했다. 작가가 부엌을 통해 엄마의 사랑을 기억하듯이.
음식보다 엄마와 자식을 끈끈하고도 단단하게 묶어주던 사랑이 또 있을까. 엄마와 작가, 박완서 선생님의 요리는 비슷하고도 달랐으나 쓰시던 표현은 매우 닮아 내 기억 속 엄마의 모습을 잘라 보여주듯 생생했다.
"잘 익은 김치(열무김치도 좋다.) 쫑쫑 썬 것과", "무를 빗금을 치듯 삐져 넣는 것이", "양파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가늘게 다듬은 도라지는 바락바락 소금물에 씻으면", "무를 나박나박 얄팍하게 썰어넣고 조선간장을 아주 조금 넣어 한소끔 끓인다", "잘 익은 김치의 줄거리 부분을 꺼내", " 어떤 것은 삶으면 물기가 많아 지룩한 것도 있는데", "하얀 생선살은 담백하면서도 배틀했고 얕으면서도 깊은 맛이 났다."
노인이 되어서도 친정에 가면 "바지런하게 밥을 차려" 주시고 만든 "음식을 바리바리 구메구메 싸주"시던 엄마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음식을 통해 자식을 사랑하셨던 엄마가 유독 그리워지는 며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