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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터지다: 납득할 수 없는 세계를 터뜨리고 새로 피워내는 여성 만화가 5인의 이야기

박희정 지음파시클 ( 출판일 : 2023-06-30 )
작성자 : 동○영 작성일 : 2024-05-28
페이지수 : 264 상태 : 승인
만약 한 여성이 자신의 삶에 대해 진실을 털어놓는다면,
아마 세상은 터져버릴 것이다. What would happen if one woman told the truth about her life? /
The world would split open.
뮤리엘 루카이저 시구에서 책 제목을 얻었다는 이 책은 만화를 좋아하고 기록활동가인 저자가
한국의 여성만화가 5인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작품 주제와 노력, 현실 등을 최대한 구구절절 풀어낸 내용이다. 구구절절이라고 굳이 쓰고 싶은 건 그동안 어느 인터뷰에서도 듣지 못했던 깊은 이야기들이 많이 터져나오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한풀이도 아니고, 투정도 아니고, 불만도 아니다. 아무도 질문할 생각을 못했지만 현실 그 자체였던 이야기. 인터뷰이와 인터뷰어 중 누가 똑똑한 이야기를 하는지 경주하는 걸 구경하는 게 아니고, 여성으로서 직업인으로서 산다는 걸 서로 듣고 이해하는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는 소중한 책이었다.

도서관에서는 여러 이유로 희망도서 신청에서 만화 분야는 빼놓았다. 단, 어린이용 학습만화는 예외인데 어른용 학습만화는 어떤 이유든 거절된다. 어른용 학습만화 분류는 아직 출판계에서 카데고리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학습용을 가장한 캐릭터화나
-전집을 가장한 반복된 내용이 나오지 않고
-전문가를 가장한 셀럽의 이름을 달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미 도서관의 권한(!)으로 소장중인 만화의 다음 이야기인 2권, 3권을 신청하면 늘 거절된다.이유는 아동용 학습 만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서관이용자는 신청할 수 없고, 도서관운영자는 가능하다. 이건 직접 전화해서 문의해보았고(이 책은 여러 이유로 구비할만한 가치가 있고 -세계 출판계 수상작, 철학 주제, 이미 1권 소장중인데 2권은 신청 거절하는 이유는?) 이용자 신청이 아닌 도서관 허용으로 구비하겠다는 의견을 받은 적이 있다. 만화류만 검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문제에 대해 도서관대회에 참여해서 의견을 내고 싶었으나 도서관학을 전공한 사람에게만 참가 한정한 것을 보았다. 그러니까 학위가 없으면 암만 도서관학과 세계 도서관 사례 책을 읽고 다녀도 말할 입이 아닌 것이다.

억울하면 책을 사보라는 발화 자체를 납작하게 만들려는 빈축은 사지 않겠다. I don't buy it.
도서관은 현존하는 건전한 책을 소장해야 하는 공공장소이다. 이 모든 책에 학습만화는 들어가고,비학습만화는 걸러서(가끔 몇 권만) 들어가야 하는 오래된 도서관 규칙은 잘못된 것이다.
참, 외국어 만화는 보통 허용된다. 참, 나는 표지가 얇고 크기 작은 코믹스류가 아닌 이미 1,2권 소장중인 책들의 다음 이야기를 신청했었다.

그러니까 이 책에 나오는 작가들의 작품은 몇 권이나 도서관에 소장 중일까. 다 찾아봤기엔 그 답을 보고 절망스러웠다.
사보기 전에 누구든 접근 가능한 곳에서 소위 좋은 책, 좋은 만화책을 만날 기회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학습만화는 좋은 책이라고 누가 얘기했는가? 누가 학습만화를 권장하는가? 학습만화로 어린이들이 도서관에 들어올 유인이라면 일반 만화는 어른을 유인할 수 있지 않나?


이 여성들에게 만화를 그리며 살아가는 일이란 무엇일까. 이 여성들의 삶, 예술, 노동을 몇 개의 단어로 조각내지 말고, 그들이 이야기를 터뜨리도록 내버려둘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11쪽

요나가 소녀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잘 익은 열매 같은 선물이 아니다. 요나는 소녀들이 자신의 욕망에 직면하도록 일깨운다. 깊은 내면의 목소리가 무엇을 말하는지 스스로 끊임없이 묻게 한다. 욕망에 직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억눌려 있어서다. 내가 원하는 거라면 무엇이든 해도 괜찮다는 말이 아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말로 내가 옳다고 여기는 답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나의 해방의 이야기는 나로부터 쓰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기나 실패를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원망할 대상을 찾으려 들 것이다. 그것은 길들어버린 자책만큼이나 위험하다. 74쪽
사회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어머니의 헌신을 칭송하지만, 그러한 모성에 도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이 아닌 '신화'인 것이다.채울 수 없는 텅 빈 마음에는 원망이 늪처럼 차오른다 어머니는 자신과 딸이 '여성'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녔다고 여기므로 딸이 자신이 겪는 고통을 알아주길 바란다. 때로 딸이 자신의 욕망을 대리해주기 원하지만, 정작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 딸을 시샘하거나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자신이 상실한 기회들과 무력한 처지를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94쪽

"있는 사람 있는 대로 나오는" 이야기. 대안적 사회에 대한 상상화가 아닌, 지워진 풍경을 되살리는 작업이다. 122쪽
다드래기 작가에게 <안녕 커뮤니티> 를 종이책으로 펴내는 일은 그 모든 부당한 일들과의 전면전과 다르지 않았다.
... 출간하고 석 달쯤 뒤,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글을 썼다
"다른 모욕은 참을 수 있었지만 내가 능력도 실력도 없다는 것, 내가 만든 만화가 그럴 가치도 없다는 것에는 일말의 동의도 할 수 없다. 아무리 일이 잘 안 풀려도 절대 입에 담지 않고 생각으로도 담지 않는 게 있는데 '내 재능은 어중간하다'는 것과 "부족한 제 작품'이라는 표현이다. 이미 이 바닥에 들어온 이상 재능이 없는 사람은없다. 재능이 있기 때문에모두 이 바닥에서 돈을 벌어먹고 있는 것이다. (..) 절대로 부족한 적 없다. ..." 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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