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일기 쓰는 세 여자의 오늘을 자세히 사랑하는 법
천선란 ; 윤혜은 ; 윤소진 [공]지음한겨레출판 :
( 출판일 : 1970-01-01 )
작성자 :
이○별
작성일 : 2026-04-21
페이지수 : 234
상태 : 승인
아! 나도 이 여자들 수다에 끼고싶다!
책을 덮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재밌고 공감가는 이야기들로 수다를 떠시는지. 관심도 없었던 팟캐스트를 깔아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을 정도였다. 일기떨기, 이 재밌는 걸 놓쳤다니. 다시 듣기는 없나? 물론 듣기에 잘 집중 못하는 나에게는 이 책이 더 길었으면 싶은 정도였지만.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천선란 작가님의 이름 하나 때문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정말정말 좋아해서, 그녀가 쓴 에세이(사실 에세이는 아니었고, 예상 밖의 팟캐스트의 출간집이었다는 건 책을 열어보고야 알았지만.)라는 말에 얼른 관심책장에 넣어두었었다. 그 덕에 두 분의 유쾌하고 다정한, 결이 맞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작가님을 찾았다는 것은 정말 기쁜일이다.
일단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이 책의 좋은 점은, 내가 천선란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내내 감탄하고는 했던 상실과 외로움에 대한 세계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녀의 삶이 어떤 고독을 안고 있는지. 그녀는 스스로를 무뚝뚝하고 냉정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그 속에 다정함이 있음은 그녀의 글을 조금만 읽어도 알 수 있다. 마치 인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다정한 외계인처럼. 그런 모습이 꼭 일기에서만이 아니라 두 작가님과 떠드는 동안에도 드러나서 좋았다.(그리고 사실 천선란 작가님이 정세랑 작가님 책을 좋아했다는 점에서 팔짝팔짝 뛰었다. 나도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세 명 모두 독신을 꿈꾸는 것도 그렇지만, 그녀들이 가진 고민이 공감되는 건 아마 내가 그녀들과 동년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23년, 딱 서른을 지난 그 시점의 언니들이 지금의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뭔가 쓸 수 밖에 없는,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심정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고.
그리 길지도 않은 글에서 끊임없이 문장을 주웠다. 문장이 아름다워서기도 하지만 너무나도 공감되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엄마에 대한 각자의 이미지나 이야기들이 마음에 와닿았다. 엄마가 갈 곳이 없었구나, 하는 이야기를 할 때는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눈물이 날 뻔했을 정도로.
사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았는데, 막상 앞에 앉으니 아쉽게도 말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책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아, 이 사람들은 그냥 말하는 것도 다정하고 특별하구나. 이런 사람들이 작가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잘 고른 에세이였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다기보단 그냥 언니들의 수다에 끼어있었던 느낌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