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나를 살리기도 망치기도 하는 머릿속 독재자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알에이치코리아
( 출판일 : 2024-11-22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4-18
페이지수 : 343
상태 : 승인
제목을 보면 늘 내용을 한번 떠올려 본다. 본격적으로 내용을 파악하기 전 제목과 표지에 쓰인 파라텍스트를 읽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예상과 실제 내용을 비교해 보는 것은 독서가 주는 유쾌함 중 하나이다. 이 책은 예상과 많이 달랐다. '무의식'이라는 단어에서 우리의 무의식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살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질적으로 다른, 뇌과학 저서였다.
그래도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했다. 저자는 의식이 우리를 움직이고 무언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그 역할이 얼마나 미미한지를 밝히며 뇌에 관한 수많은 실험 결과를 제시한다. 왜 이렇게까지 많은 예가 필요할까싶게 강박적으로 무수한 사례를 보여준다. 생물학과 유전학, 그리고 뇌과학에 대한 몇 권의 책을 읽은 덕분인지 알고 있는 이야기도 좀 있었다. 책 내용인 의식과 자유의지가 거의 착각이라는 생각에 다분히 동의하고 있어서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 궁금했다. 이 거하게 한상 차린 요리들은 결국 무엇을 위한 것일까.
우리가 의식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례들은 범죄자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환경과 의식을 과소평가하지는 않지만 타고난 것이 문제일 수 있다면 지금의 단죄 방법은 잘못된 것이 아닐까, 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정말 골치가 아프다. 뇌과학뿐 아니라 요즘 읽는 영성이나 심리학 등의 대부분의 책에서 우리의 '어찌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부분을 인류애와 연결시키며 현재의 대립과 갈등을 반추하게 만든다.
근 몇 년 간 내 사유의 30%는 족히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마음은 그렇게 쉽게 관대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개인이 보이는 긍,부정의 많은 면모들이 의지가 아니라 이 책 제목의 표현대로 '설계'된 측면이 강하다면 우리가 정의하고 받아들이는 나쁜 행동이나 나쁜 사람의 의미는 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노력이 의지가 아니라 그렇게 타고난 것이라면 게으른 사람들은 비난받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사회는 질서 유지를 위해 규범과 제한을 두어야야만 한다. 그 규제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 것일까. 어떤 것도 쉽게 답을 찾지 못했지만 사람들에게 좀더 관대해지기는 했다.
저자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가 많고, 앞으로도 모든 것이 밝혀지기는 어렵기 때문에 논의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 말한다. 다만 우리의 관점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어쩌면 세상이 너무 요란스러워 관점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많아지는 것일 수도 있다. 이제까지의 윤리가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했으니까.
원제인 'Incognito'는 '신분을 숨긴, 익명의'이라는 뜻이다. '무의식'의 성격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나는 '비의식'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무의식은 저자가 지적했던 프로이트의 의식 속에 감춰진 거대한 빙산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무수한 기억과 경험들의 합이자 작용으로 생각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나'를 움직이는 존재는 통상적으로 생각되는 무의식과는 그 성격이 조금 다른 듯하다. 뇌가 작용하는 역학에 가깝다. 뇌의 역학은 의식이 없는 것-무의식-이라기보다는 의식이 아닌 것-비의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의식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전환이나 대체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하는 의문 때문이다. 아마도 미래에 읽을 다른 책들이 이 의구심을 풀어줄 것이다.
좀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원서를 보고싶어진다. 아, 영어를 시작해야 할까. 이 생각은 '나'의 의식에서 비롯된 것일까, 정보와 학습에 대한 타고난 유전자의 기질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무래도 둘다의 힘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