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렁이 기차 : 권정생 동화집
권정생 지음 ; 유승하 그림우리교육
( 출판일 : 2002-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4-13
페이지수 : 175
상태 : 승인
정승각 원화전을 감상하고는 빌리게 된 동화이다. 원화전에서 본 그림책 중 글의 원작자가 권정생인 것이 4권이었다. 그림 작가 정승각이 왜 그렇게 권정생의 동화를 그림책으로 만들었나 궁금해졌다.
민들레를 살리고 사라지는 <강아지똥>의 내용은 감동적이지만 슬프고 심금을 울리는 데가 있다. 쓸모를 통해 존재의 허무를 극복하는 것은 보람은 남을 지언정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데서 어딘가 우수를 자아낸다. 그런데 다른 작품들의 슬픔은 더했다. <먹구렁이 기차>에는 더 슬프고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실려 있었다. 슬프다 못해 화까지 나서 책을 덮고는 한참을 씩씩거렸다.
총 11편의 이야기가 실린 이 책에는 밝고 즐거운 이야기는 두 세개(한 개는 아리송해서)이고 나머지는 다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다. 제일 슬픈 이야기 경주 대회인 양 죄다 눈물이 난다. 제목에 아예 '슬픈' 이 들어간 엄마 왜가리가 죽는 <왜가리 식구들의 슬픈 이야기>, 앞이 안보이는 지렁이 남매가 세상을 보고 싶어하는 <오누이 지렁이>, 서커스에 팔려와 도망 가고 잡혀 와서는 다시 웃으면서 묘기를 하는 <장대 끝에서 웃는 아이>, 제일 눈물 빼게 한 <찬욱이와 대장 크리스마스> 등 나오는 등장 인물들이 죄다 아프다. 이 글을 쓰면서도 가슴이 미어진다.
동화 속 세상은 각박하다. 인물들은 그 세상에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그러자 마음을 바꿔 그냥 웃는다. 슬픔을 안고 웃는다. 그게 화가 난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세상을 바꾸지 못해도 좀 다르게 살아보려 하는데, 그냥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온다. 나를 바꾸는 것이 결국 찾아낸 해결 방법인데 그게 너무 화가 난다. 권정생이 보여주는 세계관이 내가 가지고 있던 세계관과 거의 일치해 또 화가 난다. 세상은 바꾸기 힘들다는, 그냥 내가 먼저 변하는 것이 낫다는 그런 세계관 말이다.
그 세계관 안에서 슬픔을 기쁨으로 전환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고통스럽다. 어른이라면 뭔가 달관한 깨달음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라 여기겠는데, 대부분 어린 아이들이다. 그래서 화가 난다. 세상이 보호해주어야 할 아이들인데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서 세상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왜 정승각이 권정생의 동화를 그토록 그림책으로 만들려고 했나 이해가 된다. 권정생의 시집에 삽화를 그리며 어린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그는 이후 어린이와 함께 벽화를 그리는 활동을 이어가며 그림책 그림 작가로 활동한다. 그도 권정생의 동화를 보면서 화가 나고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아껴야 한다는 강박을 무의식 중에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싶다. 그저 유추일 뿐이지만 말이다.
이 화가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들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은 이 슬픔이 부르는 '분노'를 그저 느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