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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 우석균 옮김민음사 ( 출판일 : 2021-12-20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4-10
페이지수 : 146 상태 : 승인
시라지만 마치 '의식의 흐름'대로 쓴 '에세이'처럼 느껴진다. 얼마 전 읽은 보르헤스의 소설이 소설 같지 않았다. 그의 시 역시 시 같지가 않다. 낮게 읊조리는 듯한 이 글들이 시라고 나 자신을 설득시킬 수 있는 건 시라고 이름 붙여져서가 아니다. 읽는 내내 슬프기 때문이다. 이 슬픔이 어떤 일 때문이 아니라 '혼돈'에서 오는 것이라는 느낌 때문이다.
보르헤스는 세상을 상상으로 표현한다. 그의 시는 감각이 아닌 직관으로 세상을 그려낸다. 그가 느끼는 고통과 슬픔에 무기력감이 더해진 체념이 느껴지는 건 세상이 어떻다는 이야기를 분명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어디라고 외쳐봐야 소용없는 무한 순환의 굴레에 갇힌 것을 뼈저리게 아는 사람의 슬픔 같은 것. 그럼에도 중얼거림을 멈출 수 없는 자신을 돈키호테이자 단테이자 '텍스트' 그 자체로 여기는 듯하다.
특히 '보르헤스와 나'는 쓰는 자신을 읽는 행위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우리 둘 중 대체 누가 이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어리둥절함 속에는 쓰는 행위가 자신을 구원하지 못하리라는 인식이 내포된다. 그럼에도 쓰는 것을 멈출 수 없는 것은 그가 작가 보르헤스이기 때문이리라. 시집 제목인 '작가'에서도 신들로부터 버림 받은 채 항해를 지속해야 하는 오딧세이아나 일리아스의 이야기를 내보이며 구원을 바랄 수 없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쓰는 보르헤스를 읽는 것은 그를 구원할 수 있을까. 다른 시 '시뮬라르크'나 거울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을 살피면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보르헤스는 그저 자신을 쓴 것이 자신 그 자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이미지와 은유로 이루어진 그 글들 속에 '자신'이 있다. 그에게 읽는 것은 구원이 아니라 그저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구원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허무와 쓸쓸함이 아닌 '자신'이다. 그냥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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