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완벽한 장례식: 조현선 장편소설
조현선 지음북로망스
( 출판일 : 2026-01-21 )
작성자 :
심○희
작성일 : 2026-04-09
페이지수 : 296
상태 : 승인
인터넷 검색창에 '소설책 추천'을 검색하자 이 책이 상단에 노출되었다. 책표지며 제목이며 어둡지 않고 밝고 가벼운 소설을 찾던 내 눈길을 끌었고 주저없이 선택했다. 꽤 인기가 많은 신간 도서라 예약을 걸고 한참 만에 대출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소설은 내 생각보다 훨씬 훨씬 가벼웠고 플롯은 이미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익히 봐왔던 이야기들이어서 솔직히 조금 실망했다.
삶과 죽음에 대한 거대한 담론을 기대한 것도 아니고 작가의 놀라운 표현력에 '와! 역시 작가는 다르네!' 하고 감탄하던 그런 소설을 기대한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어느 구절에선 표현이 너무 진부해서 솔직히 좀 깜짝 놀랐다. 그래도 나름의 감동과 재미는 있었다.
특히 아버지의 폭력 앞에 무기력하고 전혀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엄마를 피해 집을 뛰쳐나와 그 뒤로 연락이 끊긴 딸에게 죽기 직전까지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지 못한 어머니가 죽어서도 무려 10년 동안 그 미안함을 전하기 위해 딸이 운영하는 편의점 근처에서 맴돌며 결국 귀신을 볼 줄 아는 주인공을 매개로 딸에게 사죄를 하고 떠나는 에피소드가 그랬다. 너무 가난해서 어린 딸에게 미안함과 사랑을 담아 줄 수 있는 게 종이에 싼 별사탕 밖에 없었던 젊은 시절의 엄마가 마지막에 건네는 별사탕은 뻔함에도 울 수 밖에 없었다.
죽음은 천천히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우리에게 오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겐 너무나 갑작스럽게 오기도 한다. 소설 속 귀신들은 그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미처 해결하지 못하고 간 일들이 신경 쓰여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맴돈다. 미용실에 혼자 남아있는 고양이나, 치매 아내에게 전달하지 못한 고깃국 같은 거 말이다.
나는 늘 죽음에 이르는 시간이 너무 길면 그동안 치를 그 고통이 두려워서 차라리 어느 날 갑자기 죽어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치만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역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작별의 시간이나 내 신변을 정리하는 시간 정도는 가질 수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물론 그게 내 맘대로 되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