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 한국과학문학상 대표작가 앤솔러지
김초엽 외 지음허블
( 출판일 : 2025-06-18 )
작성자 :
이○별
작성일 : 2026-04-02
페이지수 : 340
상태 : 승인
우주를 사랑하는 SF작가들의 단편모음집. 그렇기에 각각 작가님들의 특성이 두드러져 하나의 주제를 고르기는 어렵지만, 결국 모두 어떤 종류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SF는 결국 사랑을 이야기 하는 장르라고 누군가 말했던 것 같은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 문장이 이해가 될 수밖에 없다.
이해할 수 없어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랑, 죽음과 멸망속에서도 곁에 있고 싶은 사랑, 연약하고 무해하지만 결국 알 수 없는 어떤 존재에 대한 사랑, 죽은 이의 사랑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 깨닫고 같은 선택을 하고야 마는 사랑, 그리고 로봇과 인간의 어떤 우정속에 싹튼 애정.
각각의 이야기가 다루는 것들은 모두 마음속에 큰 울림을 남겼지만, 유독 기억에 남은 것은 역시 천선란 작가님의 '우리를 아십니까'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지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기에, 죽음을 앞두고 있는 그녀를 떠나보내는 것이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는지 절절히 알기에 그 감정을 사랑하는 이에게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던 사랑. 그녀가 결국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운명의 도박에 모든 걸 맡기는 일이었다. 치사량의 존엄사 약물을 사랑하는 이와 자신에게 반반씩 놓는 것. 그리하여 아직 인간으로 죽고싶은 마음과 네가 혹시나 살아나 자신이 없는 세상에 절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부 충족시킬 수 있었다. 비록 그녀가 원하던대로는 되지 않았지만.
살아남으세요, 삽시다. 이 말이 요즘처럼 와닿는 때가 없다. 부디 살아남으세요. 제발.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의 안녕을 마음속으로 얼마나 빌었는지. 특히나 살기 힘든 요즘에는 그 말이 나에게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삽시다. 살아남읍시다 제발. 하지만 살기 힘들다고 해서 사람으로서의 존엄조차 잊으며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러길 바란다. 모두의 마음에 일말의 다정이라도 남아있기를. 그래서 인간보다도 잔혹한 좀비보다도 사람같지 않은 존재들은 지구 밖으로 추방당하기를. 다신 돌아오지 않기를.
여러 작가의 글을 모아두는 단편집의 특성상 지뢰가 한 명 쯤은 있는 법인데, 오랜만에 정말 전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덕분에 몰랐던 작가님들을 발견했다. 이 분들의 책도 조만간 찾아 읽어봐야지. 세상을 가장 따듯한 눈으로 바라본다는 SF작가님들이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써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