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 : 용서받을 자격과 용서할 권리에 대하여
시몬 비젠탈 지음 ; 박중서 옮김뜨인돌
( 출판일 : 2019-10-30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8-29
페이지수 : 472
상태 : 승인
이 책은 저자 시몬 비젠탈의 경험과 그 경험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논평을 기록한 것이다. 저자는 나치 독일 당시의 유태인 '생존자'이다. 그는 자신이 겪었던 일화를 이야기하며 '용서'가 과연 어떤 것인지 저명한 여러 지식인들과 독자에게 질문한다.
비젠탈은 외부 병원을 치우는 인력으로 차출되어 노동을 하던 중 죽기 바로 직전의 젊은 병사로부터 자신이 저지른 만행을 용서해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는다. 그 병사는 나치 비밀 결사대의 일원으로 자신이 유태인을 죽었던 상황을 고백한다. 비젠탈은 침묵을 지킨 채 병실을 나와 동료들에게 자신이 용서를 했어야 했는지 질문한다.
이 질문에 대해 50여 명에 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전한다. 용서를 해야 한다는 사람과 용서를 할 수 없다는 사람부터 그런 이야기를 자신이 할 수 없다는 사람까지 자신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밝히며 이야기한다. 유대인과 관계된 사람들은 대부분 용서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고, 기독교에 관계된 사람들은 용서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읽은 독자들은 자신이 어떤 대답을 할 것인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생각은 그 젊은 병사를 저자가 용서해야 하느냐에서 시작되어 나치 독일의 만행과 그에 동조한 사람들에 대한 용서의 문제로 이어져, '용서란 무엇인가'란 근원적인 질문으로 뻗어나가게 된다. 어느 것 하나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이러한 '딜레마' 자체가 이 책이 남기는 여운이다.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는 질문 자체 독서의 효력이라면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는 그야말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용서란 과연 무엇일까. 상대의 잘못에 더이상 연연해 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나를 위해서 하는 것, 내가 편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가능한 것일까. 과거에는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내가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 그 어떤 상처에서도 나는 자유로워지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때문에 나는 제목에 '모든 용서는 아름답다'고 대답한다. 그것이 '진정한' 용서라면 말이다.
저자는 어떤 용서는 아름답지 않다고 말하기 싶기보다는 어떤 용서는 힘들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용서는 가능한 것일까, 나는 먼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 분명하다. 세상에는 가능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용서는 가능하냐고 묻고 싶다. 비젠탈의 딜레마는 나에게 변형 기출이다. 이 문제를 아마도 당분간 갖고 다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