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 현황

  • 참가 현황

독서마라톤 종료일까지D-000

독서마라톤 참가신청

책 이미지가 없습니다.

훌훌: 문경민 장편소설

문경민 지음문학동네 ( 출판일 : 2022-02-07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8-28
페이지수 : 256 상태 : 승인
중학생 아들 읽으라고 책을 빌려주고는 덩달아 나도 재미있게 같이 읽고 있다. 방학이 시작된 한달여 전부터 몇 권째 이어지는 청소년 문학들이 이리 흥미롭고 감동적일 줄 몰랐다. 익히 알려진 혹은 수상한 작품들을 대출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우리나라 청소년 문학의 높은 수준에 감개가 무량하기도 하다.
<훌훌> 역시 너무나 멋진 작품이었다. 입양과 아동 학대를 엮어 겉돌던 세 사람이 가족이 되는 과정이 뭉클하다. 겨우 고등학생에 불과한 유리가 어른처럼 제 삶과 연우를 책임지는 모습이 이 아줌마를 부끄럽게 한다. 묵묵히 아이들 곁을 지키는 말없는 할아버지의 겉바속초 같은 모습도 안타깝기만 하다.
그 과정에서 원망스러울 엄마의 삶까지 사실 고통투성이였음을 이해하는 과정은 가슴이 아프다. 마음이 가벼워지지 위한 과정이라지만 제 삶도 버거울 아이들인데 어른의 삶까지 어찌 받아들이겠는가. 그야말로 '진짜 어른'이 될 수밖에 없는 고난의 시간이다.
얼마 전에 '인생은 고통'일까라는 주제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다들 사는 게 고통이라는 것에 공감했다. 고통이 삶이 일부분임을 인정하면서도 고통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 어쩔 수 없다는 결론으로 모아졌다. 나는 이 결론에 동의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제 고통이 혹시나 작을까싶어 고통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돌이켜 생각하니 삶은 고통이지만 고통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 한편에 자리잡고 있었다.
<훌훌>은 놓으라 하지만 가볍지가 않다. 결코 훌훌 놓아질 수 없는 삶의 무게들. 죽지 않는 이상 감당하는 모두가 안스럽다. 어쩌면 죽음은 이 고통스런 삶의 해방구이다. 그렇다면 놓을 수 있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미움, 원망, 왜 나여만 했냐는 불평들 말이다. 그런 것들이 비워진 자리에 자연스럽게 사랑이 들어온다. 입양과 학대는 마음의 그늘이 얼마만큼 클 수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지만 또 그만큼 가벼워질 수 있다는 것도 동시에 보여준다.
두건을 뒤집어 쓰고 애써 밝은 척할 것이 아니라 두건을 벗고 어두운 대로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 결국 놓아야 할 것은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아니라 삶이 고통이라는 인식이다. <훌훌>이 내게 준 교훈이다.
댓글쓰기
로그인 도서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