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온실 수리 보고서 : 김금희 장편소설
김금희 지음창비
( 출판일 : 2024-10-04 )
작성자 :
이○혜
작성일 : 2025-08-27
페이지수 : 416
상태 : 승인
<대온실 수리 보고서>라는 제목이 좀 의아했다. <경애의 마음>을 인상깊게 읽었던 터라 새로 나온, 그리고 인기가 많아서 대출도 쉽지 않은 김금희의 새 소설에 관심이 가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대온실 수리 보고서라니, 온실을 수리하고 쓴 보고서란 말인가 했다.실제로 수리보고서라는 형식의 글이 있다는 것을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문화재를 수리할 때 필요한 양식이라고 했다. 대온실은 내가 생각하던 일반 온실이 아니라 창경원의 대온실이었고 온실의 복원 과정에서 수리보고서 작성을 맡은 영두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였다.
어렵게 차례가 온 책은 술술 읽힐 만큼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이렇게도 글을 엮어갈 수가 있구나, 작가는 남다른 관점과 그걸 풀어나갈 힘이 있는 사람들이구나, 감탄이 나온다. 특히 소설을 읽을 때 어떻게 이런 표현을, 이런 순간을 이렇게 말로 길어올릴까 싶은 순간들이 많다.
창경궁이 창경원이던 시절, 창경원으로 밤벚꽃놀이를 갔던 적이 있다. 일제가 조선의 역사를 훼손하기 위해 창경궁에 동물원, 식물원 등을 설치해 유원지처럼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해방이 되고도 한동안 창경원이었다가 1983년에 동물원과 식물원이 과천으로 옮겨가면서 다시 창경궁이라는 원래의 이름을 되찾았다고 한다. 그 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읽었다.
영두를 서울로 오게 도와준 문자 할머니의 기구한 역사가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트럭에 치인 몸으로 자식들을 찾으러 와서 살해당하는 마리꼬의 양부 박목주도, 동생이 죽은 줄 알고 복수를 한 후 어머니를 찾으러 갈 수 없었던 마리꼬도, 원수인 마사시를 은인으로 알고 평생을 사는 유진도 모두 기구하다는 말 이상의 표현을 찾지 못하겠다. 역사에 치이는 인간의 고통을 한 가족의 수난을 통해 보여준다.
창경궁의 대온실을 지은 후쿠다 노보루에 대한 이야기도 대온실을 단순한 건축물 이상의 의미를 느끼게 해준다.소설 속에 등장하는 마리꼬의 소설 <배고픈 쿠마 쎈세이>는 박진리의 진실에 다가가는 역할을 하면서 그 이야기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시절의 기억을 대면해야 하는 영두의 마음을, 멈칫멈칫하면서도 그 시절을 떠올리는 영두의 마음도 섬세하게 묘사되어있다. 영두와 은혜의 딸 산이와의 관계는 문자할머니와 어린 시절의 영두를 떠올리게한다.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창경원의 춘당지에서 리사와 영두가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이었다. 창경원에서, 아무도 없는 겨울 밤 스케이트를 타는 두 소녀, 그리고 그 애들의 마음속 열망,질투 등이 그대로 느껴졌다.
오래 기다려 읽은 보람이 있는 책이었다.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