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한강 시집
한강 지음문학과지성사
( 출판일 : 2013-01-01 )
작성자 :
허○익
작성일 : 2025-08-24
페이지수 : 165
상태 : 승인
피 '흘리는' 고통
나에게 다가온 첫 감정은 고통의 기록이었다.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피의 이미지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밥을 먹었다.'
그래서 나는 시집의 문을 여는 첫 시가 생소하면서도 가깝게 느껴졌던 것 같다.
'훼손된 언어'를 통해 '최초의 언어'를 이야기하는, 실패한 언어를 사용하는 나에게 흐릿하기만 한 글을
해설은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에 닿는 그 무엇을 - 좀 더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그래도 안개 속의 풍경 같은 느낌이지만)
처음에는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의 전조 같은 느낌이었는데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
해설은 물론 그 소설이 나오기 전에 씌어졌기에 그랬겠지만
한강 작가의 전작들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고통 받는 주인공들과 시를 연결해준다.
그러고 보면 내가 앞서 읽었던 <채식주의자>, <그대의 차가운 손>에 나왔던 고통 받는 주인공들의 정서를
시 속에서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작가의 아득한 시선을 함께 볼 수는 없었지만 '나'의 측면에서도 '고통'은 동행하는 사이이기에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의 나열 같은 시 속에서도 긴 숨을 쉬어가며 나의 마음을 건져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