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장편소설
김호연 지음나무옆의자
( 출판일 : 2024-04-25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8-24
페이지수 : 424
상태 : 승인
다 읽고 감탄을 내뱉었다.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쓸 수 있다니. 작가의 역량이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진다. 저자 김호연은 베스트셀러 <불편한 편의점>의 작가이기도 하다. 조만간 이 책도 빌려 보게 될 것 같다.
성심당의 도시 '대전'이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다. 선화동, 성심당, 칼국수, 대전추모공원 등 고향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는 말, 비디오, 책 대여점 등 추억을 불러오는 말들이 가득해 읽는 내내 조금 감상적이 된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너무 좋아서 다른 도시의 다른 추억 거리들이 소재가 되었더라도 이 감상이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작품의 주요 모티브이자 중요 소재인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도 다시 읽어야겠다는 다짐까지 불러 일으킨다. 20대 초반에 읽고 느낀 나의 감상과 작가가 데려와 사용하는 이미지가 조금은 다르다. 이 간격이 지금도 여전한지, 아니면 변한 곳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작중 인물이 자신의 정체성을 점차 다르게 인식하는 과정이다. 솔이가 산초에서 돈키호테로, 돈 아저씨가 돈키호테에서 산초, 그리고 세르반테스로... 이렇게 정체성을 발전 혹은 확장 혹은 변모시켜 나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현실과 연결된다는 점도 좋다. 작중이물이 허황된 열정에 들떠 그저 풍차에 머리를 박는 것만이 아니라서 말이다.
이 과정은 또한 내가 소설을 읽는 방식을 변화시켜 나간 과정을 떠오르게 했다. 내용이나 주제에서 서사로, 그리고 작가로, 다시 작가에서 서사나 내용, 주제로 돌아오게 되는 과정이다. 순환이자 통합이란 이름 붙일 수 있는 이 여정은 정체성 인식의 변화 과정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추천 도서 목록에 한 권이 추가되었다. 이 목록은 뭔가가 추가될 때마다 마음이 참 흐뭇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