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육성 회고록 : 김대중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기획한길사
( 출판일 : 2024-08-12 )
작성자 :
이○혜
작성일 : 2025-08-20
페이지수 : 784
상태 : 승인
<박정희와 김대중의 대화:우리들의 자화상>을 읽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나의 유년시절부터 깊은 영향을 미친 대통령들이었다. 이 책을 읽다 작년에 읽었던 책이 생각나서 다시 빌렸다. 바로 <김대중 육성 회고록>이었다. 작년에 읽을 땐 그냥 지나쳤던 부분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우선 김대중이라는 인물을 처음으로 제대로 들여다 본 느낌이 들었다. 지역 감정을 악용하는 정치인들을 비난하면서도 어느새 내게도 김대중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있었나보다. 절뚝거리는 걸음(왜 절게 되었는지 알면서도)과 전라도 사투리가 배어있는 그의 말투, '전라도 빨갱이'로 조금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다.신문이나 TV저녁뉴스를 통해 세상 소식을 듣던 우리 세대의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박정희가 집권하던 시절에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은 김대중 대통령이 퇴임하고 난 뒤 2006년 7월에서 2007년 10월에 대담 형식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2024년 김대중 탄생 100주년을 맞아 총 42시간의 구술 영상의 내용을 큰 윤색없이 책으로 엮어 <김대중 육성회고록>으로 출판했다. 대담 형식의 글이라 읽기가 어렵지는 않으나 일제시대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우리 현대사를 모두 다루고 있어 정신차리고 따라가야한다. 박정희가 씌운 '전라도 빨갱이'라는 이미지가 얼마나 강했던지 빨갱이가 뭔지도 잘 모를 때부터 부모님이' 김대중은 빨갱이'라고 하시던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실제로 6.25전쟁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승공의 정신이 높았던 김대중으로서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가 겪은 수많은 고난들을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남의 나라 바다에 빠져 죽을 뻔 하기도 했고 내란음모 조작사건으로 사형선고도 받았다. 수없는 가택연금과 망명생활, 수감생활도 빠질 수 없다. 그런데 자신을 곤궁에 빠트린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사람의 마음 속에는 선과 악이 있어서 누구든지 악을 행할 수 있습니다.악을 행한 사람도 개심하면 선을 행할 수 있어요. 그런 예는 많습니다. 문제는 악이 발현되기 쉬운 환경과 조건입니다. 그래서 법과 제도의 개혁이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악이 발현될 수 있고 악이 지속되도록 하는 법과 제도가 나쁜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입니다. (388쪽)
이런 생각을 가진 김대중은 독재체제는 용서할 수 없지만 그를 탄압한 사람은 용서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그의 실사구시의 철학도 돋보인다. 흔히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당위를 중시하고 도덕적이고 이성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어 사안을 해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국민들의 눈높이와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는 국민의 반 보만 앞으로 가야한다고 한다. 정치인은 서생의 문제의식을 지니되 상인의 현실감각을 갖추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IT강국의 이미지나 k문화 역시 김대중대통령의 안목과 식견의 덕분이란 것도 다시 알게 되었다.
이런 분께 노벨 평화상이 주어진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목포 여행을 갔을 때 김대중 기념관에 갔던 기억이 났다. 평상시에 입었던 옷과 구두가 전시되어있었는데 뒷굽이 닳은 구두가 김대중 대통령이 걸어온 길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