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흑역사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톰 필립스 지음 ; 홍한결 옮김윌북
( 출판일 : 2019-10-10 )
작성자 :
서○형
작성일 : 2025-08-19
페이지수 : 273
상태 : 승인
독서일지 : '25. 8. 18.
우리에게는 누구에게나 지우고 싶은 '흑역사'가 있습니다. 밤마다 이불을 걷어차게 만드는 지난날의 기억처럼, "그때 왜 그랬을까?" 후회하면서도 우리는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곤 합니다. 이 책 「인간의 흑역사」의 표지를 보는 순간,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표지에는 바벨탑이 그려져 있습니다. 먼 옛날, 신에게 닿으려는 인간의 오만을 상징하듯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가 신의 번개를 맞아 무너져 내린 바로 그 탑입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공부하는 타로 카드에서 '변혁'과 '파괴'를 의미하는 16번 타워 카드가 바로 이 바벨탑에서 기인했다고 합니다.) 책의 부제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입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흑역사'라는 제목과 이 부제를 보며, 이 책이 인류가 걸어온 역사 속에서 저질렀던 수많은 실수와, 그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반복했던 어리석음을 담고 있으리라 짐작했습니다.
이 책은 사회, 문화, 역사, 과학, 생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인류가 저질러 온 '바보짓'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 뇌는 왜 바보짓을 반복하도록 설계되었는가'에 대한 간단한 고찰로 시작하여, 총 열 가지 분야의 흑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인류가 만들어낸 우주선, 자율주행차와 같은 기술의 위대함 이면에 얼마나 많은 실수가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중국의 '제사해 운동(除四害運動)'이었습니다. 엄청난 수의 참새를 박멸했던 이 운동이 유독 현실감 있게 다가왔던 것은, 아마 '참새'라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존재 때문이었을 겁니다. 인류라는 하나의 종이 다른 종 위에 군림하며 생태계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어두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시종일관 경쾌한 문체를 잃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책갈피 맨 위에 적힌 "이게 최선입니까, 인간?"이라는 문장처럼, 마치 제3자가 인류를 관찰하며 평가하는 듯한 시선은 유머러스하기까지 합니다. 책의 내용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의 실수로 인해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고 문화재가 훼손되는 우울한 상황 속에서도, 작가는 위트를 잃지 않고 그 사실을 담담하고 경쾌하게 전달합니다.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예술, 문화, 과학, 기술 여러 분야에서 인류는 눈부신 진화를 거듭해온 승리자들이다. 그러나 인류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낙관하기에 우리는 너무 많은 문제를 품은 채 오늘을 살아간다." 낙관주의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밝은 면만 바라보면 우리 앞에 놓인 시련과 다가올 부정적인 결과를 예측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이는 인류라는 거대한 흐름뿐만 아니라, 한 명의 개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일 겁니다.
저에게는 어떤 실수가 있었고, 또 내일은 어떤 일로 후회하게 될까요?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어쩌면 실수를 반복하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오늘도 그렇게 실수하면서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