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일기 : 다니엘 페나크 장편소설
다니엘 페나크 지음 ; 조현실 옮김문학과지성사
( 출판일 : 2015-01-01 )
작성자 :
이○혜
작성일 : 2025-08-16
페이지수 : 488
상태 : 승인
제목이 너무 직설적이어서 궁금했다. 내게는 좋은 책을 소개해주는 친구가 있다. 친구의 소개라면 믿고 봐도 된다. 그런데 몸의 일기라니? 일기는 보통 마음의 일기 아닌가? 내 기분을, 내 느낌을 중심으로 쓰는 것이 아닌가? 이 소설은 몸을 중심으로 쓰여져 있지만 한 남자의 일대기가 함께 기록되어 몸 이상의 것들을 보여준다. 딸 리종에게 남겨진 일기는 주인공이 12세가 되던 1936년부터 마지막으로 일기가 쓰인 2010년 87세에서 끝이 난다.
전쟁은 초반을 이끌어나가는 주요 사건이다. 1차 대전에서 참전했던 아버지는 전쟁의 상처를 이겨내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히스테릭한 엄마보다 아버지를 의지하고 따랐던 주인공은 아버지를 닮고 싶었다.그 과정에서 자신의 몸을 바로 보지 못했던 소년이 친구들의 장난으로 큰 사고를 겪은 후 자신의 몸을 찾아가는 과정에 나서게 된다. 2차 세계 대전 중에는 레시스탕스로 전쟁에 참여하기도 한다. 소년이 해부도를 벽에 붙여놓고 자신이 닮으려는 대상으로 삼는 과정은 유쾌하고 즐겁기까지 하다. 친구들에게 수영과 달리기의 기술을 배우기도 한다. 12세에서 청년기에 이르는 몸의 단련기는 몸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한데 몸이라는 실체를 통해 주인공은 성장한다. 정신을 몸보다 우위에 두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냉정하고 히스테릭한 엄마밑에서 비정상적으로 크고 있던 소년을 도와주는 비올레트 아줌마의 사랑이 포근하다. 소년이 처한 처지가 딱해서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소년을 지켜준 고마운 아줌마다.누군가에게 비올레트 아줌마와 같은 사람이 되어줄 수 있다는 건 참 멋지고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이 전쟁이 끝나고 훈장을 받을 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전쟁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그를 압박했는지 그가 흘리는 눈물이 보여주는 것 같다. 그의 아버지 역시 몸에서 얻은 병 못지않게 트라우마를 겪으며 고통스러워했는데 전쟁은 그만큼 큰 상처를 남긴다.
전쟁 이후 모나를 만나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는 부분부터는 밝고 명랑하다. 소년기의 고통스러웠던 날들이 언제인가 싶게 행복한 몸의 일기들이 보인다. 그러나 사람의 평생을 보여주는 일기인데 어찌 행복하기만 할까. 그가 알던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고, 그도 병을 얻는다.
그가 형제처럼 여기고 가까이 했던 티조, 비올레트 아줌마, 사랑하는 손자 그레고르올리의 죽음은 읽는 독자도 슬프게 한다. 티조는 유쾌하고 명랑한 사람이었는데 죽음도 그렇게 받아들인다.너무 큰 슬픔 앞에서는 다시 주인공은 몸을 잃어버린다. '내 몸은 나와 상관없는게 되어버렸다(457쪽)' 그러나 다시 몸을 찾는 과정을 잃지 않았다고 느껴진다, 내게는. 몸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은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내 몸과 나는 서로 상관없는 동겨인으로서, 인생이라는 임대차 계약의 마지막 기간을 살아가고 있다. 양쪽 다 집을 돌볼 생각을 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사는 것도 참 편안하고 좋다.
나는 내 동거인인 몸과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인생이라는 임대차 계약기간이라니, 너무 멋진 말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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