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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슈피겔만 지음 ; 권희섭 ; 권희종 [공]옮김아름드리미디어 ( 출판일 : 1970-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8-13
페이지수 : 320 상태 : 승인
이 책은 독일의 유대인 학살을 다룬 만화이다. 저자가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아버지의 체험을 인터뷰한 내용이 담겨 있다. 특이한 것은 이 책이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현재와 '들려주는' 과거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은 상반된 두 이야기가 미묘하게 어긋나는 듯 어우러지는 것이 이 책이 큰 매력이다.
상반된 두 이야기의 한 축은 아버지의 현재이다. 자린고비에 제 멋대로인 아버지는 무엇이든 제 마음대로 통제하지 않으면 성이 풀리지 않는 사람이다. 재혼한 아내가 견디기 힘들 만큼 잔소리를 하고 매일의 루틴을 지켜나가려 한다. 자신을 힘들어하는 아들을 곁을 두기 위해서는 '약한 척'도 잘하고 때로 홀로코스트 경험으로 인해 다른 이들을 괴롭게 하는 성격이 되었다고 미화된 이야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아버지의 과거는 나치에 의해 끔찍하게 진행된 수용소의 생활 모습이다. 과거의 아버지는 현명하게 가끔은 영악하게 늘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잔인한 시간 속에서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의 모습을 계속 찾아나간다. 다른 수용소에 있는 아내를 수소문해 먹을 것을 보내고 그녀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다만, 현재의 아버지의 모습을 고려할 때 과거의 아버지의 모습은 상당 부분 미화 혹은 왜곡되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아버지의 회상을 통해 수용소의 모습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알게 될 지라도 그 안에서 그려지는 아버지의 모습은 믿을 수가 없다. 이 이중성은 책의 진실은 의심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믿음을 가지게 한다. 작가는 아버지를 힘들어 한다. 괴팍한 아버지의 성격은 누구도 질려할 만하다. 그 성격이 과거의 고통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고 작가가 아버지의 트라우마를 도외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는 트라우마가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아마도 트라우마를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작가 역시 힘든 아버지를 회피한다. 아들의 도리를 하지만 아버지를 회피하며 일말의 죄책감을 갖고 있다.
난 이 수준 높은 만화가 던지는 질문이 이 '부채' 의식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과거에 혹은 누군가에게 얼마만큼 빚을 지고 있는 걸까. 나의 부모, 나의 시간은 나의 현재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주고 난 얼마만큼의 책임을 져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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