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 메리 쿠비카 장편소설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해피북스투유
( 출판일 : 2024-07-25 )
작성자 :
서○형
작성일 : 2025-08-13
페이지수 : 456
상태 : 승인
독서일자 : '25. 8. 11.
저는 소설을 고를 때 표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시각적으로 먼저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왠지 모르게 그 책과는 거리감이 느껴지곤 합니다. 이 책 「깊은 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는 검은색과 보라색이 얽힌 표지에서부터 으스스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이 책이 그려낼 이야기에 대한 강렬한 암시를 던지고 있었습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마주한 프롤로그는, 한 여성이 누군가에게 긴박하게 추격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며 단숨에 독자의 긴장감을 끌어올립니다.
소설은 표면적으로는 정상적으로 보이는 부부 '릴리'와 '크리스티안', 그리고 최근 부부싸움 후 남편이 가출한 상태인 '니나'와 '제이크'의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며칠째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는 제이크. 그를 마지막으로 산책길에서 마주쳤던 릴리는, 어느 날 남편 크리스티안에게 자신이 제이크를 돌로 내리찍어 죽였다고 고백합니다. 크리스티안은 사랑하는 아내와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이를 위해 이 끔찍한 사실을 숨겨주기로 결심하고, 아내의 남편을 찾는 행보와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완벽 범죄를 꿈꿉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고 새로운 증거들이 드러날수록, 크리스티안은 릴리의 말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끼게 되고, 소설은 말미에 충격적인 반전으로 치닫습니다.
책은 400페이지에 달하는, 제법 긴 편에 속합니다. 책 읽는 속도에 자신이 있는 저 또한 이틀에 걸쳐 읽어야 했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인물의 시점을 빠르게 전환시키는 서술 방식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한두 장에 걸쳐 한 사람의 시선으로 사건을 설명하다가도, 금세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넘어가며 입체적으로 이야기를 조립해 나갑니다. 덕분에 마치 한 편의 잘 짜인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역자 후기에 담긴 "해피엔딩이란 모든 것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라는 문장이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이런 깊이 있는 철학적 문장을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 말처럼 제이크의 죽음을 둘러싼 릴리, 크리스티안, 니나는 결국 세상의 이치에 따라 각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우리 삶도 그런 것 같습니다. 동화 속 해피엔딩처럼 모든 순간이 마냥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중간에 역경도 있고, 갈등하며 다투는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끝에는 분명 세상이 정해둔 올바른 결말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요. 만약 지금의 결말이 올바르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아직 진짜 결말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