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던 사람 : 알츠하이머의 그늘에서
샌디프 자우하르 지음 ; 서정아 옮김글항아리
( 출판일 : 2024-08-21 )
작성자 :
이○혜
작성일 : 2025-08-12
페이지수 : 346
상태 : 승인
심장전문의인 샌디프가 그의 아버지 프렘 자우하르 박사가 알츠하이머로 진단받은 후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자전적 의학 소설이다. 인도계 미국인 가족의 특성이 잘 드러나서 깜짝 놀랐다. 그 전에 읽었던 줌파 라히리의 소설과 매우 흡사한 정서들이 이 첵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샌디프는 아버지가 경도인지 장애 진단을 받자 자신이 사는 곳과 가까운 곳으로 옮겨서 아버지를 돌본다. 샌디프의 형 라지브도 가까이서 샌디프와 함께 돌보지만 형제는 아버지의 간병에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형 라지브는 요양원에 아버지를 모시고 싶어하고 샌디프는 집에서 지내게 하고 싶어한다. 아버지 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아버지를 약 7년간 모시면서 겪었던 일들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비슷한 병을 가진 부모를 둔 자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미 부모가 모두 돌아가시고 없는 나같은 초로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에게는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한다.
저자는 심장전문의로 '심리사회적 스트레스가 인강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관한 책을 쓰기도 했지만 정작 자신의 부모는 '세포 병리학적 이상'에 의한 병증을 가진 사람으로 보았다고 고백한다. 양친이 사회적으로 움츠러들고 소외된 건 비단 그들이 앓던 병환 때문만이 아니라 저자와 형제들이 보인 반응때문이기도 했던 것을 간과했던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남들에 대해 가지는 견해와 막상 내가 현실에서 닥친 문제에 대해 가지는 생각이나 행동이 그렇게 이상적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인도사람의로서의 뿌리가 튼실한 병든 부모를 돌보는 것은 이중고이다. 인도계 미국 간병인을 구하는 것도 어렵고 그나마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아버지 밑에서 견대내는 사람들이 없어서 샌드프의 형제들은 간병인이 언제라도 그만 둘까봐 노심초사한다.간병인이 너무 많은 돈을 받아간다고 하는 불평하는 아버지에게 무려로 봉사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아버지 프렘이 병을 진단받고 점점 변해가는 모습은 벤자민 버튼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저자가 책 속에서 소개한 데이드비 솅크의 명저
<망각: 알츠하이머병이란 무엇인가?>에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 알츠하이머병은 뇌를 출생 후에 발달해온 순서와 거의 정확히 반대 순서로 망가뜨린다. 처음에 환자들은 부축받지 않으면 걷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도움 없이는 똑바로 앉지도 못하게 된다. 그런 다음에는 웃는 법을 잊어버리고 마지막에는 고개를 가누는 일조차 불가능해진다
장수가 불러온 병 알츠하이머를 다룬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든다. 영웅적 치료는 치료로 인해 예상되는 치명적 부작용을 무릅쓰고서라도 오로지 환자의 생명을 살리거나 연장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모든 치료 과정을 뜻한다고 한다. 노화와 질병은 구분되는가.무조건적인 생명 연장은 의미있을까. 여러가지를 생각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