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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에밀리 오스틴 지음 ; 나연수 옮김클레이하우스 ( 출판일 : 2025-05-14 )
작성자 : 이○별 작성일 : 2025-08-04
페이지수 : 385 상태 : 승인
번역을 너무 잘해놓으셔서 오히려 원문이 궁금해진다. 어떤 문장이었는지 상상이 안 갈 정도로. 어떻게 이런 문장을 만들었지? 외국 소설을 읽을 때는 역시 옮긴이를 함께 보게 된다. 그 사람이 골라낸 책들, 좋아하는 책들의 결은 그들이 만들어낸 문장을 닮아있어서 꼭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아니나다를까. 책을 덮으며 읽은 옮긴이의 말에서도 느껴졌다. 길다를 사랑하는 사람이 옮겼기에 누구보다도 길다를 잘 표현해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길다의 심정을 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 길다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누구보다도 다정하고 따듯한, 타인의 고통을 너무나도 잘 이해해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말았던 어린아이를.

사실은 읽으면서도 공감성수치가 올라와 힘들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만큼 그녀의 생각의 흐름이 공감되기도 했다. 저렇게나 개방되어있다고 생각했던 미국에서도 어쩌면 저렇게 똑같은 말들이 이어지는지. 성당이라는 아주 보수적인 공간이 등장해서인지는 몰라도, 소위 말하는 정상성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악의 없는 차별과 혐오는 지금의 한국에서도 아주 쉽게 보인다. 나이가 찬 사람은 당연히 결혼을 해야하고, 아이를 보면 얼른 아이 낳고 싶어지지? 라는 말을 듣는 것이 당연하다. 이 모든 말에는 악의가 없지만 때때로 듣는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걸 사람들은 잘 깨닫지 못한다. 이렇게 말하는 나조차도 타인의 삶에 대한 상상력이 제법 부족해서 뒤늦게 아차 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길다는 이런 모든 상황 속에서도 타인을 먼저 생각한다. 나였다면 몇번 애둘러 거절했는데도 끊임없이 밀고 들어오는 사람의 무례에 집중하며 내가 쏟아내버리고 만 폭언들을 그 사람 탓이라고 말해버렸을텐데, 길다는 그 상황조차도 상대에게 폭언을 쏟아낸 자신의 탓이라 말하며 사과한다. 심지어 자신이 벼랑 끝에 서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모두의 행복만을 바란다. 자신에게는 한 톨의 행복조차도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공감이 말라붙어버린 세상에서 타인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들은 모두 괴롭다. 세상에는 정말 수많은 불합리와 아픔이 있고 그 모든 것들을 접하는 순간 내 일처럼 느끼며 괴로워했다간 내 삶을 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이 조금 더 다정하고 따듯해지는 거겠지. 겨우 메일 하나를 받았을 뿐인, 일면식도 없는 노부인이 슬퍼하지 않기를 바라서 부고를 알리지 못하고 그 사실에 눈물을 흘리고야 마는 그런 다정하고 따듯한 마음이 있기에.

이 책에서 가장,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역시 로즈메리가 길다에게 해준 말이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것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느껴져서,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서, 세상에 슬픈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서 그저 그들이 모두 웃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던 길다에게 로즈메리는 말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길다를 보면서 그런 마음을 가졌을 거란 생각, 해본 적 있나요?"

정답이다. 책의 클라이맥스를 지나면서 나는 끊임없이 매어오는 목을 진정시키려 노력하며 제발 길다가 행복하길 바랐다. 그녀의 행복을 바란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렇게나 타인을 위할 줄 알고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그녀가 행복해지길 바랄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러지 않은 사람은 아마 이 책을 절반도 읽지 못하고 덮어버렸을테니 틀린 말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살짝 미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길다도 받아들이지 못할테니까.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생각한다. 타인의 행복을 바라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다정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아마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내가 그들에게 그러했듯이 내가 행복하길 바랐을텐데. 혹은 완전한 타인이어도, 그저 내가 같은 공간에 숨쉬고 있다는 것만으로, 같은 돌덩어리 위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행복하길 바라주는 다정한 사람들이 있을텐데.

그러니 오늘은 나에게 조금만 더 다정해지자. 나 혼자 먹을 샌드위치에 공을 들이고, 나 혼자를 위해서 집안을 청소하고, 나 혼자를 위해서 좋아하는 CD를 구매하자. 그래도 괜찮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나의 행복을 위해 쌓아가다보면 주변 사람들도 분명히 행복해질 거다. 내가 행복하면, 내가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들도 슬퍼지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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