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도서관 독서마라톤

이 책은 같은 저자의 책 <자기 결정>의 사용 설명서 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비에리는 기본적으로 '존엄성'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존엄해지도록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기 결정>에서는 그 이야기를 짧게 하고 지나가는데 <삶의 격>에서는 8가지 주제 아래 존엄성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그 설명이 다양한 문학과 영화의 내용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즐겁게 잘 읽힌다. 등장 인물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분석하기 때문에 보지 못했던 작품이더라도 내용 이해에 상관이 없다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비평이 이렇게 재미있게 쓰인다면 어떨까하는 생각까지도 들게 해주는 흥미로운 분석들이 많다.
저자는 존엄성을 지키는 상황과 지키지 못하는 상황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글을 따라가 내 삶이 얼마나 가식과 방어로 점철되었는지 자꾸만 되돌아보게 된다. 나에게 솔직하지 못한 시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저자의 기준에 따르면 나의 존엄성은 저 땅바닥에 있는 것만 같다. 내 '삶의 격'은 주격이 아니라 종속격인 것만 같아 기운이 빠지기도 한다. 흠, 이쯤해서 자기 비난은 멈추어야 한다.
비에리가 말하는 존엄성을 지키는 삶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내 뜻이 사실 내 뜻이 아닌 경우를 분별해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매 순간 나의 존엄성을 의식하며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저자의 이야기가 구속이 아닌 성장으로 이어질 있도록 스스로 갈무리하는 것일 게다. 내일은 좀더 '주격'인 삶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