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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2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 전은경 옮김들녘 ( 출판일 : 2007-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7-12
페이지수 : 334 상태 : 승인
방금 읽기를 마쳤다. 여운이 깊다. 언제나처럼 예상과 다른 감상을 남긴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1권을 읽고 이어지는 이야기에 궁금증을 느끼면 2권을 열었는데, 궁금했던 이야기는 이제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레고리우스가 쫓는 아마데우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조르지와의 삼각 관계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했다. 아마데우는 어떤 선택을 했을지, 과거의 그의 삶이 그레고리우스의 지금의 삶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확인하고 싶었다.
아마데우의 행적을 쫓으며 그레고리우스가 만나는 사람들은 그에게 자신이 아는 아마데우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들이 모자이크를 만들며 아마데우의 모습을 만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는 여전히 오리무중의 사람이다. 사람들은 아마데우를 말하지만 그를 보는 자신을 말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레고리우스에게 아마데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옭아맨 과거의 시간에서 벗어나다. 그들의 삶에 그토록 중요하고 사랑했던 아마데우는 사라지고 어느새 그들 자신이 남았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오른 것은 그레고리우스만 아니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레고리우스는 자신이 힘들었던 과거의 여러 일들을 상기하며 왜 그것이 자신을 그토록 괴롭혔는지 반추한다. 아마데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을 괴롭히던 과거의 사슬에서 하나씩 벗어난다. 복기와 진술의 힘이다.
그레고리우스는 아마데우를 쫓지만 그가 실제 만난 여러 사람들과 새롭고 열린 관계를 형성해간다. 아마데우의 지인들이 그레고리우스와 특별한 관계가 된다. 이 지점이 말미에 이르니 상당한 감동적이었다. 탐정 소설인가 했더니 서정시였다. 아마데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 속에서 그레고리우스와 사람들은 나름의 관계를 맺는다. 아마데우가 매개가 되지만 이들은 순간에 충실하며 진실했다. 스스로를 속이지 않았다.
아마데우가 가장 친했던 조르지와 그레고리우스가 가까워지지 않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조르지는 말을 아꼈고 그레고리우스와 친밀감 또한 그러한 형태로 맺어진다. 에스테파니아를 사이에 두고 아마데우와 조르지는 갈등한다. 조르지의 진심이 어떠했는지는 모호하며 조르지 역시 이에 대해 함구한다. 그레고리우스는 만났던 사람들을 사진으로 남기지만 조르지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한다. 제 마음을 말하지 않는 살마도 있으며, 제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도 있으며, 그 때문에 가까워질 수 없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무작정 리스본행 야간 열차에 오른 그레고리우스가 만난 것은 아마데우가 아니라 진짜 살아있는 여러 사람들이었다. 지금껏 고전문헌학자인 그에게 중요한 것은 기록과 문자였다. 그레고리우스는 삶에 있어야 할 다른 것을 만났다. 그것은 사람이었고 그들의 삶이었다. 그는 이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계속된 현기증을 느낀 그레고리우스는 병원 검사를 받으러 가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메멘토 모리와 같은 뻔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죽음을 기억하면 현실을 사는 것은 이제 그리 인상적인 조언이 되지 못한다. 한계를 너무 명징하게 인식하는 것도 구속의 다른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난 이젠 가볍게 살련다. 그레고리우스도 그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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