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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너무 사랑한 테오필

다비드 칼리 글 ; 로렌조 산지오 그림 ; 박재연 옮김봄날의곰 ( 출판일 : 2024-11-26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7-09
페이지수 : 30 상태 : 승인
며칠 전에 빌려온 그림책, 일부러 골라 읽는다. 오늘 대화를 나눈 지인이 "책을 읽는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라는 말을 한다. '책'에 관한 이 그림책은 어떤 대답을 해줄까,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테오필은 집이 책으로 가득찬 '독서광'이다. 그는 친구의 질문에 답을 해줄 책을 찾지 못하고 온 집안을 뒤지다 문득 책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테오필은 자신을 책을 팔고, 기증하고, 선물하며 집을 비워 나간다. 책을 모두 처분한 날, 테오필은 잃어버린 책을 찾는다.
이 그림책은 책에서 모든 답을 찾을 수 없다는 지혜를 남긴다. 다소 도움이 되지만 삶에서 마주치는 여러 문제들이 책과 그다지 관련 지을 수 없다는 것은 오래 전 깨달은 것이다. 다만, 제목처럼 그저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사랑하는 것은 문제가 되기도 한다. 나 역시 이 문제가 내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잘 안다.
지인의 푸념과 같은 푸념을 한 적이 있다. 독서는 그 행위를 치하하는 번드르르한 말들이 가득해도 현실적으로 그리 유용하지 않다. 아니, 어쩌면 '무용'에 가깝다. 특히 나처럼 깊게 빠져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테오필처럼 읽고 또 읽어봐야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들인 시간만큼 돈이 되지 않는다. 책만 파서 뭐 할 거냐는 힐난에는 경제적인 무용함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독서는 자기 성찰이나 멘탈 강화 측면에는 조금의 도움을 준다. 하지만, 굳이 독서가 아니어도 어디 가서 뭘 하다 제대로 깨져만 봐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독서를 하는가. 그건 내가 책을 읽는 것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욕하거나 벌하지 않는 '중독'인 것이다. 나는 독서가 중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 몇 가지 규칙을 세웠다. 할 일을 미루지 말 것, 너무 지치도록 읽지 말 것, 책 때문에 관계에 소홀하지 말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세 가지 모두를 포괄하는 '일상을 해치지 말 것'이다. 이 규칙은 책을 읽기 위해 내가 더 열심히 살도록 만든다. 독서는 나를 채찍질한다.
과거에 언젠가 테오필처럼 책을 모두 처분한 적이 있다. 그리고는 도서관을 애용하기 시작했다. 책을 읽기 위한 시간을 낼 수 있도록 경제적 의무를 책임지는 남편과 많은 책들로 가득 찬 도서관이 사랑을 느끼게 해준 자식들 다음으로 나에겐 가장 고마운 존재들이다. 나는 때론 그렇게 읽기만 해서 뭐하냐는 핀잔을 듣지만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내가 읽은 것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세상에 남는다. 이 일은 책을 치운 테오필도 곧 하게 될 일일 것이다. 독서의 유용함은 잘 보이지 않아 무용하다는 타박을 듣는다.
책을 읽는 지인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소용을 찾는 독서도, 소용이 없는 독서도 다 괜찮다고, 굳이 읽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이다. 독서는 의무도 감옥도 아니다. 읽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그만이다. 독서를 향한 수많은 미사여구가 독서하지 않는 행위를 폄하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독서는 소용없는 짓이라는 비하를 받을 일도 안하면 바보가 되는 일도 아니다.
오늘도 나는 읽는다. 책을 치운 테오필이 밖으로 나온 <책을 너무 사랑한 테오필>을 읽는다. 독서가 자물쇠가 되어서는 안된다. 독서는 열쇠가 되어야 한다. 그 열쇠가 무엇을 따든 그것은 독자의 자유. 수전 손택은 "문학은 자유"라고 말했다. 나는 감히, "독서는 자유"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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