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의 힘: 그 초고는 쓰레기다
맷 벨 지음 ; 김민수 옮김윌북
( 출판일 : 2023-06-16 )
작성자 :
고○철
작성일 : 2025-07-09
페이지수 : 189
상태 : 승인
시작하고 떠나보내고를 반복한다. 누군가와 울며 웃으며 함께한 순간은 기억 너머에서 나를 비추고 있다. 나는 살아가는 일련의 모든 과정이 하나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삶이라는 긴 줄기 위에 추억이라는 가지를 뻗는다. 요즘의 나는 이 가지들을 돌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뻗어나가는 삶 아래 내가 잊고 살던 추억이 참 많은 것 같다.
이 책을 발견한건 우연한 행운이었던 것 같다. 실연에 상처받는 한편 지난 날을 돌아보며 나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자책하는 한 주를 보내고 있었다. 떠나간 이와의 추억을 회고하며 솔직한 나의 모습을 생각해보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멤돌고 있던 때, 이 책을 발견했다. 퇴고의 힘이라니. 생각해보면 글을 쓸때 나는 거침이 없다. 아니, 오만하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아니, 사실은 겁이 많은 것 같다. 내 글을, 내 생각을 돌아본다는 것이, 아주 잠시 전의 나라도 과거를 마주하는게 두려웠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두려움으로 가려 놓은 것들에서 솔직한 내 모습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책은 저자 자신이 이야기를 쓰는 과정에서 퇴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곡해에 가까울 수도 있지만, 이 책은 내삶의 가지를 돌아보고 돌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내가 잊고 살아가는 고마운 순간들에게, 두렵고 부끄러운 그 순간들로 나를 데려가 주었다. 이 이야기가 서술되는 시간 속 나는 아직도 오만하고 겁이 많다. 고쳐서 바뀌는건 이야기만이 아니듯, 고치고 다시 쓰는 과정이 글 쓰기 자체를 즐겁게 만들어 주었던 것처럼, 지금 이 퇴고가 나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만들어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