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지음; 권민정 옮김시공사
( 출판일 : 2020-03-24 )
작성자 :
고○철
작성일 : 2025-07-07
페이지수 : 675
상태 : 승인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가 생각이 난다. 독서모임 지정도서였고 생각없이 주문하고 받았을때 너무 두꺼워서 부랴부랴 읽었었다. 너무 날림으로 읽기도 했고 영미문학을 읽기 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고나 할까, 세계사에 무지했던 나는 내용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재독하는 과정은 당시에 흐릿하게 떠올랐던 장면들을 재구성하는 과정이었고, 당시에 느끼지 못했던 여러 감정도 느끼게 되었다. 이야기의 배경은 1780년대에 일어났던 프랑스 혁명 전후의 런던과 파리를 배경으로한다. 하지만 전쟁과 평화에서처럼 역사의 한 가운데 있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좀 더 바깥에 있던, 역사적 사건의 관성에 의해 휩쓸려간 개인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독특한 전개방식 중 하나는 어떠한 사건이 벌어질때 나비효과처럼 미래에 일어나는 어떤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명확한 암시를 준다는 것이다. 영화 아이리쉬맨에서 인물을 소개할때 그 인물의 최후의 순간을 같이 묘사하는 내래이션이 떠오르기도 한다. 일어나야 할 일은 반드시 일어나고 개인은 주어진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저 역사에 휩쓸려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는 듯 했다. 이야기의 전개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각자가 가지고 태어나는 환경을 선택할 수 없다. 현대에는 이 환경을 자의적으로 벗어나는 것이 가능한 시대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 이는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이었다. 책의 내용은 자신의 배경을 벗어던지고 관습에 도전하는 여러 이들의 실패와 성공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다. 혹자는 이 책이 특정 사건을 비하하거나 몇몇 인물을 미화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떨어져 바라본 나의 생각은 이러하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실패로 여겨지는 죽음이 이야기에서는 가장 큰 성공으로 보여지기도 하고, 목숨을 부지한 몇몇 이들은 삶의 모든것을 잃은 것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생각과 행동은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진정 내 의지로 인해 이루어지는 것인가이다. 시대에 흐름에 맞서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